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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폭동 일어났는데도 "바이든 당선 인증 미루라" 전화 돌린 트럼프

입력
2021.01.09 19:23
수정
2021.01.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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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 수습 않고 선거 뒤집기에만 골몰

지난 6일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EPA 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EPA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의장석을 점거한 위급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선 인증을 미루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주주의가 공격당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수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 결과 뒤집기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미 CNN 방송은 9일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진을 인용해 “의회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전화번호를 잘못 알고 리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며 “이들은 또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토니 튜버빌에게 각 주(州)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결과 인증을 지연시켜 달라 설득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리 의원이 처음 전화를 받은 건 오후 2시 즈음이었다. 당시 의원들은 시위대의 의사당 점거로 긴급 대피해 있었다. 리 의원이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면서 튜버빌 의원을 찾았다. 리 의원은 전화를 끊지 않고 튜버빌 의원에게 자신의 전화기를 건넸고, 튜버빌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10분 남짓 통화했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튜버빌 의원에게 선거인단 투표결과 인증 회의 때 추가 반대자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7시에 리 의원에게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엔 줄리아니 변호사였다. 역시나 튜버빌 의원인 줄 알고 건 전화였다. 리 의원은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음성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이 회의를 늦추기 위해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당신이 얼마나 필요한지 상의하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1시간 뒤인 오후 8시엔 의회 난입 사태로 중단됐던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재개될 예정이었다. 줄리아니 변호사는 “오후 8시에 다시 회의가 열리는 건 알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수많은 주의 선거결과에 반대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내일로 넘기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튜버빌 의원은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줄리아니 변호사가 연락을 해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CNN은 전했다. 튜버빌 의원은 애리조나주 선거결과에 이의 제기에 찬성한 공화당 상원의원 6명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급하게 그를 찾은 건 그가 자신의 주장을 지원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가 재개된 뒤에도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투표결과 인증 거부를 강행하라고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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