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트럼프 사임 안 하면 11일 탄핵안 상정 추진"

입력
2021.01.09 10:11
수정
2021.01.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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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선동' 혐의 적용… "즉각 사임하라" 최대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6일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이르면 11일(현지시간) 상정할 계획이다.

8일 CNN방송은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11일에 상정하고 그주 초중반까지 표결 일정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안을 비롯해 수정헌법 25조(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동의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법)에 따라 위원회를 설립하는 법안 등 모든 방안을 폭넓게 고려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사임하지 않으면 다음주 탄핵안 상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하원이 실제 탄핵을 추진하면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두 번째다.

이미 탄핵안 초안 작성도 마쳤다.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과 제임스 맥거번 하원 운영위원장 등 민주당 하원의원 13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지난해 11ㆍ3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패배한 것을 뒤집기 위해 미국 정부에 대한 폭력과 반란을 선동한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6일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했다는 취지다.

탄핵 소추에 참여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1월 6일 행동은 대선 결과 인증을 전복시키고 방해하기 위한 이전의 노력과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전의 노력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조지아주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표를 찾아내라고 위협한 것을 포함, 증거 없이 불법 선거를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 결과 인증을 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 등 일련의 행보를 아우른다.

이들은 “이 모든 것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와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했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했으며 정부기관을 위태롭게 했다”며 “그는 대통령으로서 신뢰를 저버려 미국민에게 명백한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임이 허용된다면 그가 국가 안보, 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위협으로 남을 것임을 보여줬다”며 탄핵 추진 사유를 밝혔다.

CNN에 따르면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오후 전화 회의로 탄핵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 선동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느냐가 회의 주제”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선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경우 상원 탄핵 심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논의됐다.

실제로 탄핵안이 상원의 벽을 넘을 가능성은 낮다. 공화당 과반수가 반대하고 있고, 캐스팅보트를 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탄핵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의장도 이날 “임기를 12일 남겨놓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미국을 더 분열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건 2024년 대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의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에 탄핵 심판이 열리지 않을 경우 퇴임 후에라도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 트럼프가 대선에 재출마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움직임과 관련,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거리를 뒀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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