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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의 스포츠

입력
2021.01.08 22:00
23면
여자농구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무관중 경기. 연합뉴스

여자농구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무관중 경기. 연합뉴스


극장을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였더라. 자주 가던 극장앱을 꺼내 검색하니 거의 1년 전 일이다. 언제부턴가 영화를 휴대폰이나 스마트TV로 보는 일에 익숙해졌다. 처음엔 작은 화면이 어색하고 새 작품을 보러 극장 가는 설렘이 그리웠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오히려 좀 더 친숙한 가격에 쉬운 방식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이러다보면 '극장 가자'는 말이 영화를 같이 보자는 뜻으로 통하는 일도 없어질지 모를 일이다.

착석이 금지된 단골 카페 사장님 표정에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즐겨 보는 유럽 축구가 관중석이 텅 빈 채 치러지는 풍경이 낯설지 않은 것도 벌써 오래된 일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세상, 기존의 일상은 추억이 되고 새로운 습관이 일상을 대신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되고 외국에선 이미 접종을 시작했다곤 하지만, 코로나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보다 코로나로 새롭게 겪게 된 상황에 익숙해지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사라지는 풍경이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와 '집콕'에 익숙해진 삶의 패턴들은, 점점 더 빠르게 많은 것들과의 이별을 강요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 간의 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장 큰 악행은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도록 만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작거리며 모여 사는 게 인간사회라지만, 작년부터 창궐한 이 신종 바이러스는 사람이 사람을 꺼려 서로를 멀리하도록 강요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가 증폭되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지난 1년이 우리에게 학습시킨 새로운 풍경들은 우리가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거란 낭패감을 주입시켜 놓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를 꿈꾸기보다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에 솔깃해지는 이유다.

우리가 얼굴을 가린 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하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지는 사이, 스포츠와 체육계는 기묘한 과도기를 경험하는 중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수많은 대회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생업과 미래에 커다란 불안감을 안게 됐고, 관중과 호흡하는 게 장점인 프로 스포츠 경기들은, 텅 빈 관중석에서 말없이 달리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실내 체육업 종사자들의 생활고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면'과 '접촉'이 금기시된 세상에서 이 분야 종사자들이 미래를 재설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통제 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재고가 아쉽기만 한 이유다.

엘리트 스포츠가 직면한 불투명한 미래는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1년 미뤄진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는 여전히 어려워 보이고, 월드컵 축구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 대회는 예선전 진행조차 확신할 수 없어 공회전하는 중이다. 그나마 경기가 치러지는 대회들은 대부분 관중 입장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채 '팬 없는' 경기장을 달린다. 거대한 액수의 TV 중계권료 덕택에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과 함성이 삭제된 채 유지되고 있는 유럽 축구의 경우, '원격 관전'만으로도 팀 운영이 가능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서형욱 풋볼리스트 대표ㆍ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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