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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한파에 전국서 한랭질환자 속출… 저체온증으로 병원 이송

입력
2021.01.08 23:00
수정
2021.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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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 동파·차량 방전 긴급출동 요청 쇄도
쪽방촌 주민들은 난방 최대 가동에도 '덜덜'

한파경보가 발효된 충남 서산 지곡면 중왕리 인근 서산 가로림만 바닷물이 얼어 있다. 서산시 제공

한파경보가 발효된 충남 서산 지곡면 중왕리 인근 서산 가로림만 바닷물이 얼어 있다. 서산시 제공

역대급 한파의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70대 남성이 저체온증으로 긴급이송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영하 20도에 달하는 혹한에 수도 계량기 동파와 차량 방전 피해도 잇따랐다.

8일 질병관리청과 지역보건소 등에 따르면 폭설이 내렸던 6일 서울 중랑천변에서 노숙하던 7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남성이 발견된 장소는 평소에도 노숙인들이 잠을 청하던 곳이다. 이 남성은 응급실 이송 당시 저체온증으로 생체반응이 미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하면서 참변은 면했다.

7일 오전 9시에도 도봉구에서 40대 남성이 길 위에 쓰러진 채 발견돼 긴급 이송됐다. 저체온증으로 하마터면 큰 일을 치를 뻔했지만 "술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 덕에 목숨을 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6일과 7일 전국에서 발생한 한랭질환자는 23명에 달했다. 한파가 전국을 덮치면서 서울·인천·경기·강원·경남·전북 등 대부분 지역에서 환자가 속출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어느 한 가정에서 틀어놓은 수돗물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주변이 빙판길로 변해 있다. 이정원 기자

8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어느 한 가정에서 틀어놓은 수돗물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주변이 빙판길로 변해 있다. 이정원 기자

수도관이나 수도계랑기 동파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특히 노후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피해가 컸다. 서울 노원구에서 수도관 수리업을 하는 심모(56)씨는 "지난해까진 수도관 동파 신고가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했는데 이틀 사이에 동파 수리요청이 빗발치고 있다"며 "하루에 80통 가까이 전화가 와서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8일 오전(10시30분 기준)까지 전국에서 600건이 넘는 동파 신고가 있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 단지에선 차량 방전 피해가 속출했다.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 단지에선 방전 신고로 긴급출동한 보험사 차량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긴급출동 요청 폭증으로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출근을 포기한 주민도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자영업자 이모(37)씨는 "구입한 지 2년도 안 된 차량이 방전돼 보험사에 연락했는데 대기번호가 400번이었다"며 "2시간 30분을 기다리라고 하길래 오늘 영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어느 집 앞에 8일 다 쓴 연탄이 쌓여있다. 박지영 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어느 집 앞에 8일 다 쓴 연탄이 쌓여있다. 박지영 기자

한파로 인한 직접 피해는 없었지만, 난방시설이 열악한 취약 주거시설에 사는 주민들은 이번 혹한도 맨몸으로 견뎌야 했다. 영등포 쪽방촌의 한 주민은 "난방은 연탄 혹은 석유로 버티는데 석유 난방은 최대한으로 틀어도 미지근한 수준"며 "전기장판까지 돌렸지만 외풍 탓에 방은 여전히 냉골"이라고 전했다.

연례행사처럼 동파 피해를 입었던 영등포 쪽방촌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백사마을의 사정은 오히려 나았다. 한파 피해에 익숙해진 탓에 밤새 물을 틀어 놓는 등 대비를 철저히 한 덕이다. 다만 물이 배관을 타고 집밖에 고이면서 곳곳에 빙판길이 생기자,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추위는 이날을 정점으로 점차 풀릴 전망이다.





윤한슬 기자
박지영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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