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8일 열린 본회의에서 투표 끝에 통과됐다. 노동계에서는 합의안이 당초의 여당안과 정부 조정안보다 처벌 수위와 적용 대상이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은 3년간 유예했는데, 5인 미만이 약 80%이고 전체 산재 사망자의 약 30%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법 자체에 큰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과잉 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법 제정안이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논란이 되는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의 경우 업주에게 하청을 준 원청 책임자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인 ‘위험과 책임의 외주화 방지’는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법 적용을 받는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가 ‘사업 총괄 책임자 또는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로 넓어져 기업주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가 법적 책임자가 ‘경영책임자’가 아니라 권한이 약한 ‘안전보건책임자’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법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노사 의견 차가 크지만 산업 현장에서 한 해 2,000명가량 사고사 하는 후진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법 강화만으로는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엄연하다. 실제 지난해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산재 사망자 감소율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규제가 많다 보면 서류로 숨기게 된다고 지적한다. 현실을 반영한 정교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모든 산재 사고를 경찰이 수사하게 되는데, 근로감독관보다 전문성이 떨어져 산재 사고가 예방보다 처벌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처벌이 강화된 만큼 근로감독관 확충과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한 예방 활동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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