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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상대로 승소... 법원 “반인도적 범죄행위”

입력
2021.01.08 14:15
수정
2021.01.11 12:3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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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일본은 할머니 12명에 1억씩 지급"
주권면제 원칙 예외 인정 국내 첫 판결
"할머니들, 배상보단 일본의 사죄 원해"

지난 2015년 12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모습. 배우한 기자

지난 2015년 12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 모습. 배우한 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우리 법원이 주권국가인 일본을 상대로 재판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재판부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할머니들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고,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 일본국은 원고들에게 각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일본 정부가 그간 소송 자체에 대해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 온 만큼, 일본의 항소 없이 이번 1심 선고대로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국가(주권)면제’ 원칙이었다. 주권면제 원칙이란 ‘한 국가의 행위에 대해 다른 나라가 자국 법원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으로,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를 내세우며 소송 참여 자체를 거부해 왔다. 재판부는 “(위안부 제도는) 일본국이 계획·조직적으로 자행한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까지 주권면제론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외국의 주권적 행위, 특히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피해자를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며 “피해 할머니들이 그간 당했던 고통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함께 진행해 온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할머니들은 배상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사죄와 함께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자국민에게 알려 전쟁범죄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배춘희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제강점기 당시 폭력을 사용하거나 속이는 방식으로 위안부를 차출한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하라"며 일본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한국 법원에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일본이 소장 수령을 거부하자, '공시송달(소송 서류 전달이 어려울 때 일정 기간 게시함으로써 전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을 결정했다. 그리고 첫 변론기일은 정식 재판 회부 4년여 만인 지난해 4월에야 열렸다. 그리고 최초 조정 신청부터 이날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피해 할머니 12명 중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달 13일에는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선고도 나올 예정인데, 이날 판결 결과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나실 기자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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