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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1억보다 수십배 줘도 부족… 배상보다 사죄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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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자, 소송 대리인과 피해자 지원단체는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할머니들 소송을 대리한 김강원 변호사는 8일 선고 후 기자들 앞에서 “감개가 무량하다. 할머니들의 피해를 배상하라는 최초의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고문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2013년 8월 할머니 12명이 1인당 1억원씩 손해배상 조정신청을 제기할 때부터 할머니들을 대리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일본국을 상대로 국가(주권)면제론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 주권면제론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일본은 이 논리에 기대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의 주권행위에 대해 재판할 권리가 없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해 온 것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재판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관련 합의에는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위안부 피해에 대해선 논의조차 안 됐다. 그러니 할머니들은 당연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할머니들이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리에 함께 한 김대월 나눔의집 학예실장은 할머니들의 말씀을 전했다. 김 실장은 ”(오늘 선고에 대해) 소송을 낸 할머니들 중 현재 다섯 분이 생존해 계신데, 그 중 인지가 있으신 두 분께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나눔의 집에서 실시간으로 선고 결과를 들은 할머니들은 “1억보다 수십배를 줘도 모자란다”고 했다는 게 김 실장의 전언이다. 그는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사실 배상에 큰 의미를 두시진 않는다. 일본이 사죄하고 위안부 피해 사실이 일본 내부에도 알려져 더 이상 전쟁 범죄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피해지원단체를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국제인권법의 인권존중 원칙을 앞장서 확인한 선구적 판결”이라며 법원 판단을 환영했다. 이 이사장은 “오늘의 역사적 판결이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나침반이 돼 13일 예정된 또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다시 한 번 구현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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