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권력은 만능이라는 사고 배제돼야
지지자와 반대입장 간 원숙한 가치 배분
'이분법적 확신' 탈피, 통합의 지도력펴야
몇 주 전 행정법원의 검찰총장 징계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을 두고 "일개 법관이 선출권력의 인사권을 훼손했다. 사법부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라는 여권 정치인의 목소리에 당혹감을 떨치기 어렵다. 일부 시민단체나 법조인들마저 선출되지 않은 법관이 행정수반 결정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느냐며 '선출권력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내면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더라도 실정법에 따라 법관이 징계의 부당함을 인정한 사법적 판단을 흔쾌히 수용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평범한 상식을 외면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시스템에서 투표를 통한 국민의 선택은 권력구조 형성과 순환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선출권력'의 정당성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선출공직자가 행하는 역할과 활동에 대한 정당성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선출권력의 정책 선택을 포함한 일련의 활동이 헌법가치와 보편적 국민이익에 부합되고 귀결될 때 그 정당성이 수긍되고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출을 통한 출범의 정당성은 집권기간 국가의 안녕과 공동체의 가치 증진에 긍정적인(positive sum) 역할을 실행한다는 다수 국민의 믿음을 통해 격상되어야 진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만일 상당수 국민이 집권의 총체적 성과와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가능성'마저 회의적으로 평가한다면 초기 단계 선출권력의 화려함은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남미의 베네수엘라나, 구 동구권,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의 경우, 선거를 통해 등장한 집권당이 몇 년이 안 돼 권위주의 체제로 둔갑하여 국론의 양분과 국가 쇠락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음은 '선출권력=만능'이라는 편향된 우월감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선출권력은 선출의 동력이 되었던 지지자들의 입장과 다른 시각의 국민적 기대를 함께 조율해야 하는 원숙한 가치 배분이 체화되어야 한다. 지지그룹의 이념과 입장에 대해서는 절제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기대에 대해서 포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고 그 이유는 자명하다.
사실상 선출권력은 투표자가 아닌 유권자 기준으로 30% 내외의 지지로 태동된다는 점에서 애초에 지지하지 않았던 다수 유권자를 포용하는 정책 기조의 겸허한 조율이 긴요하다. 상대적 다수이지만 절대기준에서는 미흡한 지지로 출범하는 선출권력이 짊어져야 할 국정 운영에 대한 무한책임과의 괴리를 좁히는 유일한 대안은 '절제와 포용'이고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엄중히 수용해야 한다.
특히 지지그룹이 품고 있는 특정 가치에 대한 편향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절제된 자기 성찰 노력이 긴요하다. 아마도 선출권력의 성숙된 모습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선출권력이 지향해야 할 협치와 다양성의 실행을 어렵게 하는 요소의 하나가 바로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들이다. 선출권력이 지지자들의 충정을 일부나마 수용하면서도 반대 입장을 포용해야 하는 양면성의 모순을 조화롭게 극복하느냐가 통합을 도모하는 리더십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기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당파성(partisan)과 이분법적 자기 확신에서 탈피하여 보다 보편적인 다수 국민의 시각에서 국정의 기본 흐름을 조율하는 역량이다.
정권을 장악한 책임권력이 국민에너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집하고 있는지 다수 유권자가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임기 내내 협력과 공생의 자세를 견고히 지켜나가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