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정치적 이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입력
2021.01.11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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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환점에 와 있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시대적 사명을 위해, 더 적은 에너지를 쓰고, 더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아래,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의 비중을 20%로 늘리고, 원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석탄을 신속하게 퇴출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바꾸겠다는 목표와 실천은 박수받을 만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래서 전기요금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정부는 이 거대한 전환을 이끄는데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은 미약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발전원가가 비싼 신재생 발전을 늘리고 싼 원자력과 석탄을 줄인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하지만 석탄발전에 제약이 가해지고,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국면이 되자 2019년 한전은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전기과소비 국가라는 오명을 받아 왔다. 지난 30년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반대급부로 1인당 전기소비 증가율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하지만 단지 성장이라는 선의 뒤에 숨어 있을 수 없다. 우리에게는 전기를 정치적으로 다루어 왔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을 앞두거나 경제가 어려울때 서민경제 안정을 위해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되었고, 이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싼 전기는 과소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정부와 한전은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석탄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좁은 국토에 원자력을 더 짓는 데는 한계가 있고, 가스발전은 너무 비싸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결과는 기후변화의 주범을 양산하는 꼴이 되었다. 서민경제를 안정시키고자 한 일이 도리어 위험으로 돌아오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전기를 정치적 재화로 이용해 온 데서 왔다. 이제는 그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늦었지만, 정부는 전기요금을 개편하여 기후환경에 드는 비용을 구분하여 요금에 부과하고, 연료비를 더욱 신속히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연동제, 어렵고 복잡한 말들로 들리지만, 요약하면 이제 더는 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이번 개편이 전기요금의 가격기능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에너지 대전환 백년대계의 첫 단추가 되길 기대한다.



구윤모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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