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청사진에 '상명하복 검찰·수사 개입 법무부'는 없다

입력
2021.01.08 11:00
수정
2021.01.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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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의원 시절 법사위 주요 언급 분석]
박 후보자, 3선 임기 내내 법사위서 활동
법무부·검찰 운영방향 관련 언급 쏟아내
인사청문회 때?朴의 구상 윤곽 드러날 듯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안요청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로써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개최일을 ‘요청안 회부 15일 이내’로 정한 관련 법률에 따라, 이달 21일 이전에 열리게 됐다. 따라서 ‘박범계호(號) 법무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물론, 박 후보자가 현 정권과 ‘불편한 동거’ 상태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향후 어떤 관계를 맺으려 할지 등은 청문회 때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미리 점쳐 볼 만한 근거가 있긴 하다. 3선 국회의원으로 임기 내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법사위원 박범계’가 남긴 과거의 공식 발언들이다. 제20대 국회 때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언급을 중심으로 박 후보자가 그려둔 법무부·검찰의 바람직한 상(像)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 봤다.

"조직문화 바꿔야 검찰 개혁... 계보보다 능력으로 인사"

2017년 7월 13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박범계 후보자는 법무부·검찰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인 검찰개혁의 과제로 ‘조직 문화 개선’을 꼽았다. 박 후보자는 “검찰을 개혁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검찰의 조직 문화라고 본다”면서 선배 검사의 폭행·폭언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김홍영 검사 얘기를 꺼냈다.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검찰 내부 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 조직 문화를 바꿔내지 않으면 검찰개혁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검찰 인사 기준’도 언급했다. 박 후보자는 “(박상기 후보자가) 장관이 되시면 일선 지검·지청에 있는 평검사들 평판을 제대로 평가해서 인사에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특수통이니 무슨 통이니 하다 보니, 일종의 계보가 (만들어져) 부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며 “일선의, 정말 아직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묵묵히 일하는 유능한 검사들을 발탁해 달라”고도 했다. ‘○○○ 라인’이 아니라, 능력 위주 인사를 해야만 검찰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 법사위원’ 시절 주요 발언. 그래픽=김문중 기자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의 ‘국회 법사위원’ 시절 주요 발언. 그래픽=김문중 기자


"장관-총장 관계는 절충... 지휘권은 투명해야"

특히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절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검사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 의견이 있고, 법무부장관의 의견이 있다”며 “총장의 주장이 세면 장관이 위축되고, 장관이 세면 총장이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관건은) 이 속에서 절묘한 절충이 가능할 것이냐… 적어도 인사에 관해선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사 문제로 윤 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추미애 현 장관과는 달리, 향후 윤 총장과 의사소통을 충분히 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수사지휘권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장관은 일반적 수사지휘권이 있다. 수사지휘의 전제로 현황을 보고받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관건은 투명성이다. 문건으로서 투명하게 지휘하고 보고받는 것을 근거로 남기고, 그에 대한 명분이 있으면 (수사지휘권 관련 문제는) 해결된다”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휘권 발동 기준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추 장관에 이어, 박 후보자도 윤 총장과 또다시 갈등을 빚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수사 간섭 안해... 그게 문재인 검찰"

검찰 수사의 독립성 보장 발언도 있었다. 박 후보자는 2017년 11월 23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박상기 당시 장관에게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얘기하는 건 대통령이 노골적인 권력형 하명수사를 (지시)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전병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병헌 정무수석 건과 관련해 법무부장관께 전화한 적 있냐”고 물었다. “없다”는 답변이 나오자 그는 “보고가 늦었다는 질책이 있었음에도 불구, (대통령은) 수사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게 ‘문재인 검찰’의 지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실세를 겨눈다 해도, 검찰 수사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상무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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