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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언급 빼고 국가방위력 강조한 北,  바이든 의식했나?

입력
2021.0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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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당대회 2일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제8차 노동당 대회 2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 보고를 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제8차 노동당 대회 2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 보고를 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8차 노동당 대회 이틀째인 6일 ‘국가방위력 강화’와 ‘과학기술 발전’을 꺼냈다. 각종 전략무기 개발과 관련된 키워드들이다. 다만 핵을 직접 언급하거나 전략무기 성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20일(현지시간)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전날 개최된 당대회 2일차 일정을 소개하며 “교통운수와 기본건설 및 건재공업, 체신, 상업, 국토환경, 도시경영, 대외경제를 비롯한 주요부문들과 경제관리분야의 실태가 분석됐다”며 “새로운 5개년 계획 기간 해당 부문들에 대한 목표와 실천 방도들이 상정됐다”고 밝혔다. 첫날에 이어 둘째날에도 최대 현안인 경제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이날은 국가방위력 문제가 새로 강조됐다. 노동신문은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해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의지를 재천명하고 그 실현에서 나서는 목표들을 제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업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고 했다. 이는 자력수호를 위해 전략무기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핵 기술이나 전략무기와 관련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의 평화로운 관계가 수립되지 않는 한 국가방위력 증강사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반복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모습. 기존 화성-15호에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ICBM 모습. 기존 화성-15호에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북한은 국가방위력 증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최근 몇년간의 흐름과 다른 모습이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 위원장은 “첫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해 주체 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빛냈다”고 과시했다. 그리고 실제 북한은 1년 6개월 뒤인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화성-15호(9축 18륜)보다 길고, 두께도 굵어진 신형 ICBM(11축 22륜)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4ㅅ’을 공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무기 고도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총화(결산)했던 7차 당대회와 비교할 때 매우 신중하고 자제하는 모습”이라며 “국가방위력을 별도의 군사분야가 아니라 경제발전 차원에서 다룬 것도 자극적이고 호전적인 군사적 의제를 의도적으로 완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조만간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의식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군사적인 액션 자체가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북미관계 등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이를 자제했다는 얘기다. 홍 실장은 “ ‘평화적 환경’ 조성 차원에서 국방력 강화를 언급한 것을 볼 때 (앞으로) 온건하고 협상의 여지를 두는 대외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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