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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지원은 싫고 러시아는 안 주고… 발칸인들에게 백신은 먼 나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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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필두로 유럽 전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발칸반도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돈이 없어 백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칸반도 국가들을 위해 유럽연합(EU)이 돕겠다고 나섰지만, 서방이라면 눈을 흘기며 줘도 안 받겠다고 튕기는 집권 세력 탓에 애꿎은 국민들만 전전긍긍하고 있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백신을 넉넉히 쌓아 두고 접종을 서두르는 주변 나라들과 대조적으로 아직 백신 구경조차 못한 나라가 수두룩한 발칸반도의 모습을 "고립되고 버림받은 느낌을 준다"고 묘사했다. 알바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등 주로 반도 서부의 비(非)EU 발칸 6개국 상당수가 27개 EU 회원국이나 영국과 비교해 백신 접종에서 훨씬 뒤처질 게 자명하다고 AP는 전했다.
무엇보다 돈이 모자라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다 보니 제약사 문을 두드려도 돈 많은 나라들에 치여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로이터통신은 EU 회원국보다 가난한 발칸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EU에 가입된 발칸 국가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3개국이다.
발칸 국가들의 희망은 국제 백신 조달 기관인 '코백스(COVAX)'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 국제 자선 단체가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에 골고루 배분하기 위해 설립한 협력체다. 보스니아는 코백스를 통해 확보한 백신으로 이르면 4월에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보스니아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여전히 인구의 20%가량에만 접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부 발칸 국가 중 유일하게 백신 접종을 시작한 세르비아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외에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도 200만도즈(100만명분) 정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손에 쥔 백신은 화이자 백신 2만5,000도즈와 스푸트니크 V 2,400도즈뿐이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발칸반도의 백신 확보를 위해 코백스에 기부한 5억유로(약 6,700억원)에 7,000만유로(약 94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올해 확보하는 백신 물량으로 발칸반도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에도 추가 공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가 걸림돌이다. 친(親)러시아 성향 정치인들은 EU 지원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실제 EU 국내총생산(GDP)과 인구의 각 15%, 13%를 차지하던 영국을 잃어버린 EU 수뇌부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발칸 국가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한 축을 이루는 세르비아계 스르프스카공화국(RS)의 밀로라드 도디크 대통령이 "나는 러시아 백신을 신뢰한다"며 "서쪽(EU)으로부터 오는 상업적인 이야기를 믿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는 러시아도 자국부터 챙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7일 현재 누적 감염자 수가 세계 4위(333만2,142명·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인 러시아는 자국 수요 충당하기에도 생산량이 부족한 처지다. 다른 나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들여오려면 국민의 백신 요구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 병원 소속 전염병 전문가 벨마 가지바라는 AP에 "유럽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는 모습을 지켜보면 백신 불신이 적지 않은 보스니아 사람들도 백신 갈증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EU의 지원이 시급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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