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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北 당대회, '핵·미사일' 대신 반성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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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기 위해 소집한 제8차 노동당 대회가 5일 개막했다. 2016년 5월 7차 당대회 이후 5년 만이다. 하지만 핵ㆍ미사일 치적을 자찬하며 3대 세습 정당화에 나섰던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하고 내부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하며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제 결속을 노린 ‘위기돌파형’ 당대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대회 개막 소식과 함께 김 위원장의 개회사를 보도했다. 양복을 입었던 5년 전과 달리 인민복 차림으로 주석단 중앙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자성의 말을 쏟아냈다. 그는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은 우리 혁명의 전진에 커다란 장애를 몰아왔다”며 특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기간이 지난해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에서도 '경제 미달'을 솔직히 인정했는데, 이번엔 표현 수위가 한층 세졌다. 더는 감출 수 없을 만큼 경제난이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속적 제재에 최악의 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생명줄에 비유되는 중국과 교역도 사실상 끊긴 상태다. 지난해 11월 전력을 제외한 북한의 대중국 실질 수출액은 겨우 2,000달러(약 217만원)에 그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려운 상황을 강조함으로써 체제 결속을 다진 뒤 돌파 수단으로 사회 통제와 노역 동원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패 원인을 대외적 환경 탓으로 돌렸던 과거와 달리 내부 원인에 집중한 점도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자”라든지,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 걸림돌이 되는 결함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취지다.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실질적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당대회를 앞두고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 지식당원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도록 했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회 내부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한 김 위원장이 바닥민심 청취를 통해 주민 요구를 반영한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민심 이반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도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부각되는 ‘김정은식 애민정치’는 근본적 통치 스타일 변화라기보다 위기돌파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특별한 대남ㆍ대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7차 대회 개회 때는 광명성 4호와 첫 수소탄 실험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이번엔 핵무기 등 전략무기 개발에 대한 언급도 일절 없었다. 그만큼 내부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신 남은 당대회 일정 중 사업총화(결산) 보고 형식으로 대외 노선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가 진행 중이라며 “조국통일 위업과 대외관계를 진전시키고 당 사업을 강화ㆍ발전시키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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