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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하는데, 이제라도?"... 동학개미운동 시즌2 에 삼천피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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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주식을 시작했을까요?"
지난해 12월 초 여윳돈 1,500만으로 생애 첫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회사원 최모(34)씨의 푸념이다. 6일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뛰어넘는 것을 지켜본 최씨는 "몇 푼 되지도 않는 이자 받겠다고 적금만 쳐다보다 더 일찍 주식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며 "작년 폭락장에 수억 원을 넣었다가 소위 대박이 난 직장 동료가 요새 가장 부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식이나 다름없었던 이날, 주식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겠냐"는 문의가 속출했다. 지난해 2,200선 돌파 이후 이렇다 할 조정도 없이 내달려 온 코스피가 올해 한 단계 더 뛰어오를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자, 조만간 새롭게 등판할 의지를 다진 개인도 적지 않았다. 이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해부터 신규 증권계좌 개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코로나19란 최악의 위기 속에 등장해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한 개인 투자자들은 단언컨대 '코스피 3,000 시대'를 개척한 주역이다. 한국 증시를 안방처럼 군림해 온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맞서 대항해 온 지난 1년의 역사가 '꿈의 3,000 돌파'를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새해 단 3거래일 만에 무려 3조8,0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3.3%나 상승했다. 종가 기준 3,000 달성에 실패(2,968.21)한 6일 하루에만 개인은 2조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지난해 코스피가 거침없는 기세로 31%나 상승한 것도 무려 47조원어치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화력 덕분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동학개미운동 시즌2가 시작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인들은 삼성전자 등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 간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우선주 포함)만 2조6,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기간 개인 전체 순매수액의 약 70%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눌려 전날보다 2.03% 떨어진 8만2,200원에 마감했지만 개인은 가격 하락 틈을 타 대량 매수에 나선 것이다.
증권업계는 개인 자금의 증시 유입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실제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일 기준 69조4,000억원으로 사상 첫 7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증권사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키움증권은 지난 5일 하루에만 약 4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돼 하루 기록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도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한층 더 부추길 것이란 예상이 많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풍부한 유동성에 경기회복 기대감까지 맞물린 현재 상황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초체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얘기"라며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 상향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개인은 물론 외국인의 자금 유입 가능성까지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승장을 경험한 개인들이 승리감에 도취해 무리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기업과 산업을 선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재테크 방식이 아닌,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에 성급한 '패닉 바잉'이 벌어질 경우 조정 시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경고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성 장세는 특히 투자심리에 의해서 시장이 움직이는 경향이 큰 만큼 변동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위험 종목에 과도한 비중을 두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해 위험 감내 수준을 넘어설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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