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백신 주권' 이들의 손끝에... 국산 백신 개발 현장을 가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사투가 만 1년째를 맞고 있다. 각국에서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 회사가 개발한 백신 접종을 개시하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 마디로, 백신 자급자족을 위한 시동이 본격적으로 걸린 단계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총 10곳의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중 임상시험이 승인된 업체는 6곳 정도이고, 대부분 1~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 속한 한 제약사로부터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제조 및 품질 시험을 진행 중인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를 한국일보 뷰엔팀이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달 17일 전남 화순에 위치한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에 들어서자 전신 방진복과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총 40여명의 센터 소속 연구원 중 30명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업무에 투입돼 임상실험용 시료를 생산하는 중이었다. 품질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이지은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구인력의 대다수가 투입돼 밤낮 가릴 새 없이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국내에서 바이러스를 취급할 수 있는 연구시설은 사기업까지 통틀어 2~3개 뿐인 만큼,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남생물의약연구센터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바이러스 기반 백신 제조와 시험을 위한 음압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서 제조 중인 백신 시료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이다.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바이러스를 유전자 전달체로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 전달체에 코로나19의 항원 유전자를 주입해 세포 내로 운반하는 원리다. 우리 정부가 우선 계약을 체결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이와 유사한 기술을 적용했다.
‘이미 백신 물량이 확보된 마당에 국내 개발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5,600만명 분의 해외 개발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오는 2월부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우선접종이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 백신만 믿고 의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가 집단 면역을 위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긴 했지만, 막대한 구매 비용과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선 ‘국내 자체 기술’, 즉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백신이 있는 만큼, 각각의 부작용과 효능은 두고 봐야 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입산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국산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 백신 물량 확보 전쟁에서 밀려 기약 없는 '대기상태'에 처한 국가들도 국산 백신의 판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산 백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아 있다. 각 임상시험 단계만 해도 3~4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마지막 3상을 통과하려면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김강립 식약처장은 “당장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보다 장기적 차원의 국가 미래를 고려했을 때엔 국산 백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신에 대한 추가 수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체 기술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계절성 질환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산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해외 백신 수입 현황과는 무관하게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