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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통령 해리스와 MZ 청년 안창호

입력
2021.01.07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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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여성, 흑인, 아시아계란 3중의 유리창을 깬 카멀라 해리스가 이달 20일 부통령에 취임한다. 미 헌정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의 탄생이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상원의원을 지낸 새 부통령 해리스는 대선 이후 승리 연설에서 자신을 이야기했다. 젊은이들에게 야망을 품고 꿈을 꾸라고 외쳤다. 신념을 갖고 이끌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녀의 외침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조국의 광복을 꿈꿨던 도산의 청년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100년 전 민족 독립이라는 희망을 품고 기회의 땅 캘리포니아에 흥사단을 설립한 도산 선생 또한 낙망하지 않는 청년 정신을 품었으리라.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 명쾌한 한 문장으로 자신의 청년 정신을 후대에 남겼다. 이 말은 청년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어선 안 된다는 의미이자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청년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담은 문장이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민족 독립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은 그는 그래서 온전히 청년으로 살다 청년으로 눈감았다. 할 수 있고 하면 된다는 마음을 가진 도산은 꿈이 있었고 독립을 믿었다. 그런 그도 당대의 MZ(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통칭) 세대였다.

언제부턴가 생물학적 청년세대에게 기성세대는 88만원세대, N포세대와 같은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대체로 새로운 이름이 나올 때마다 기성세대는 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장벽들과 이로 인한 젊은이들의 좌절과 고통에 주목한 듯하다. 어른들의 이러한 이름짓기에 그 이름을 부여받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속한 세대가 단군 이래 가장 고통받고 복잡하며 거친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며 절규하는 모습은 이제 꽤나 익숙한 클리셰가 되었다. 자본주의는 다음 세대를 향한 이러한 이름짓기와 낙담이 유행하자 힐링, 욜로와 같은 삶의 태도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위로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도전보다 위로와 치유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동안 머리숱 많고 피부도 팽팽한데 마음은 하얗게 센 가짜 청년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이런 가짜 청년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정체된다. 아니 우리 민족은 죽는다. 대체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무언가를 바꾸기보다 지키려 하고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청년들이 바꾸는 것을 귀찮아하고 현실과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면 그들은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다. 이 낙망한 자들이 이끄는 사회는 잘해야 제자리걸음, 시간이 지나면 뒷걸음질치기 마련이다.

우리사회가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에게 이런저런 이름을 붙이지만 이런 것들은 짧은 유행에 불과하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패션이 등장하듯 청년세대를 이르는 이름들 (X, Y, MZ세대)이 새로 등장하지만 이러한 이름들은 잠깐 유행하다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저 작은 물결에 불과한 이런 트렌드에 매몰되어 어깨를 움츠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드넓은 대양이다. 크고 높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들은 그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역사라는 배는 그렇게 파도를 이겨낸 도전하는 청년들에 의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Boys, Be Ambitious! 도산이 다시 그리워지는 신년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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