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매맞는 사이 이재명 '선택적 침묵'으로 살뜰히 챙겼다

입력
2021.0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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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6.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신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26.2%로 1위를 차지했다.


'사이다 발언'으로 뜬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번엔 '선택적 침묵'으로 점수를 벌고 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쟁 등 여권을 들썩이게 만든 현안에 특유의 전투력으로 돌파하기보다 선택적으로 거리를 두는 중이다.

이 지사의 침묵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를 '우리 편'으로 여기지 않았던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올랐다. 현안에 적극 대응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쪽저쪽에서 '매'를 맞는 사이 이 지사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다.


사면론에 촛불민심 끓어도 '참전 No'

새해 정국을 흔든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이 지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3일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그 결과 이 지사는 사면에 거세게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압박까지 받는 사이 점수를 따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당사에서 열린 신년 단배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이 지사가 완전히 침묵한 건 아니다.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이 반길 만한 메시지를 영리하게 내놓았다. 이 지사는 3일 페이스북에서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는 것이 곧 민생"이라며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화두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여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의어로 불리는 '적폐'를 언급, 당장의 사면 추진엔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SNS 설전은 '친문재인' 대신 홍남기·조세연과

이 지사의 '선택과 집중'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당정청과 각을 세울 때도 두드러졌다. 보편적 복지론자라는 본인 색깔은 드러내되,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직접 비판하는 건 피했다. 4일엔 여야 국회의원 300명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 지역화폐 방식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호소했다.

이 지사가 지난해 9월 당정청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결정을 놓고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며 정권을 직격했다면, 이번엔 '평화 시위'를 택한 셈이다.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아닌 대상을 향햔 이 지사의 공격은 여전히 매섭다.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에서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지역화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에 대해서도 "연구를 빙자해 주장을 하고 정치행위를 할 때 우리는 곡학아세라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지지율 1년 새 9.2%→39%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급등했다. 지난해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신년 조사(2019년 12월 실시)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이낙연 대표(48.1%)와 이 지사(9.2%) 지지율 격차는 38.9%포인트에 달했다. 올해 조사(지난해 12월 28~30일 실시)에선 이 대표(37.3%)와 이 지사(39%)의 민주당 지지층 지지율이 오차범위(±3.1%포인트)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대에서 이 지사(32.6%)와 이 대표(20.8%)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로서 여권 개혁을 밀고 온 이 대표는 상처를 입은 반면, 이 지사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적극적 정치 행위가 아닌 선택적 침묵으로 얻은 지지율인 만큼, 고비를 만나면 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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