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고작 10km, 이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봉쇄... 중동의 '화약고' 호르무즈해협

입력
2021.01.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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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인도양 잇고 아라비아-이란 가르는 요충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길목
솔레이마니 폭사 1주기 맞아 역내 긴장 고조되기도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MT-한국케미호’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MT-한국케미호’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 그래픽=송정근 기자

4일(현지시간)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나포된 ‘호르무즈해협’은 걸프만(이란명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관문이다. 아라비아반도와 이란 사이를 가르는 해협 안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주요 산유국의 항구가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1을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분쟁도 잦아 중동의 ‘화약고’ 중 하나로 꼽힌다.

호르무즈해협의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는 54㎞다. 여기에 수심까지 깊지 않아 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는 폭은 10㎞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곳이 이란 해역이라는 점이다. 이란이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해협 봉쇄를 협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해협 전체를 막지 않고 핵심 수로에 대한 검문ㆍ검색만 강화해도 해협을 봉쇄하는 효과를 누려 이란의 ‘꽃놀이패’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가령 해로를 지나는 선박에 무기ㆍ마약 운반 등의 혐의를 씌워 강도 높은 검문을 진행할 경우 ‘병목 현상’을 유발시켜 원유 수송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식이다.

실제 이란은 경고에만 그치지 않았다. 여러 차례 타국 선박을 나포한 전례가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8월 이란 해군은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기를 단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가 5시간 만에 풀어줬다. 2019년 6월에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자 이란군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기도 했다.

각국 선박에 물리적 위해를 가한 적도 있다. 2018년 6월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 해역에서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의 프론트 알타이르호(마셜제도 선적)와 일본 선사가 임대해 운영하던 고쿠카 커레이저스호(파나마 선적)가 피격됐다. 그 해 5월에도 오만해 인근에서 유조선 4척이 주체를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았다. 이란 정부는 연루설을 극구 부인했으나 미국은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에 책임을 돌렸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걸프 해역의 긴장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한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이후 이란 측은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언제든 호르무즈해협을 걸어 잠글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그러자 미국은 이란의 보복성 군사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핵추진 항공모함 USS 니미츠를 중동에 급파했고, 지난달에는 전략폭격기인 B-52 두 대를 걸프 해역에 출격시키기도 했다. 또 작년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전 IRGC 쿠드스군 사령관 1주기를 맞은 시점이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예측불허 상황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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