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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00만원 환불, 벌금 내더라도 영업"… 헬스장 사장의 눈물

입력
2021.01.05 18:15
수정
2021.01.05 18: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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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카페 등 영업제한 집단 반발 이어져
오락가락 정부 방역지침 "형평성 논란 자초"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실효성과 형평성 있는 방역지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실내체육시설 종사자들이 5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실효성과 형평성 있는 방역지침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디 문 열었다 그러면 관장들끼리 욕했어요. '너만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냐.' 그런데 이제는 문 열었다고 하면 그래요. '그래, 그렇게라도 버텨봐라.'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요."

서울 양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강섭 관장은 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헬스장 문을 열자는 '오픈 시위'에 대해선 "동참하진 않았지만 공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헬스장 문을 닫은 이 관장은 집합금지 직전처럼 샤워실 사용은 금지하되 영업 할 수 있게 해주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17일까지 참아달라는데, 그 때 가서 문열어봐야 설 연휴가 끼어 있어서 회원 수 늘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대로면 2월까지 공치는 셈인데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을 찾은 회원이 러닝머신을 이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을 찾은 회원이 러닝머신을 이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벼랑 끝까지 몰린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불복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충분하고 명확한 설명이 없는데다 1,2주마다 바뀌는 방역지침에 대한 국민들의 누적된 피로감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는 평가다.

새해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가장 먼저 반발한 건 헬스장이다. 전날 시작된 헬스장 오픈 시위에는 이날도 약 1,000곳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경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실장은 "200, 300곳은 회원을 받으면서 운영하고 나머지 700, 800곳은 상징적으로 문만 여는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서울 용산구의 헬스장도 전날부터 문을 열었다. 첫날만 30~40명의 회원이 와서 운동을 하고 갔다.

고 실장은 오픈 시위가 "마지막 발악"이라고 했다. 그는 "12월 한달 동안 환불만 3,000만원 가까이 해줬다"며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라 벌금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병예방법은 방역수칙을 어기고 문을 열면 3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카페까지... "매장 영업 가능하게 해 달라"

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매장 내 좌석 이용이 금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매장 내 좌석 이용이 금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카페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약 1,6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카페 업주 온라인 커뮤니티인 '전국카페사장연합회'는 매장 영업을 허용해달라며 6일부터는 국회, 7일에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집합금지 명령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매장 이용 금지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방역지침 논란의 단골 업종이다.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때부터 포장, 배달만 가능하고 매장 내 영업이 금지된다. 그러자 빵 같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함께 파는 브런치 카페, 베이커리 카페, 패스트푸드점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일반 카페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방역당국은 브런치 카페 등에서도 먹을거리를 주문하지 않았을 경우 포장, 배달만 허용하도록 지침을 수정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병호씨는 "우리 매장 100m 거리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선 햄버거 먹고 커피 마시고, 이탈리아 식당에서도 보통 커피를 다 판다"며 "카페랑 식당이랑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씨 가게는 매장 영업 금지로 지난 한달 매출이 70%나 줄었다.


정부가 일관되고 명확한 기준 제시 못해... 형평성 논란 자초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방역 불평등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방역은 짧고 굵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8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백화점은 북적북적하고, 스키장에도 갈 수 있는데 왜 우리는 안되냐는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코로나 유행 사례를 분석해서 객관적인 상황별, 시설별 위험도에 대해 정부가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당분간은 헬스장을 포함한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실내체육시설은 밀폐된 곳에서 비말을 강하게 배출하는 특징이 있고, 지난해 11월 한 달간 실내체육시설에서 집단감염 7건, 58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2주 뒤 성과가 나타나면 집합금지를 계속하기 보다는 영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계 부서와 현장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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