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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경쟁률 37대 1… '전국 7위' 한국어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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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최근 인도네시아는 젊은이와 주부들 중심으로 두 패로 갈렸다. 파당의 이름을 내건 식당과 카페가 생기는가 하면, 모임과 행사에서도 소속 당파를 묻고 따질 정도다. 기현상은 한국 때문이다. 양대 파벌은 드라마 '스타트업'의 남자 주인공 이름을 딴 '남도산'파와 '한지평'파다. 회사원 치트라(24)씨는 "역사상 가장 유쾌한 국론 분열"이라고 평했다.
인도네시아는 한류가 으뜸이다. 아니 생활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에서 한류 언급 및 시청 비율 세계 1위,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 조사(2018년)에서 '긍정' 비율(96%) 세계 1위다. 어느 시골에 가도 간단한 한국어 인사를 하는 주민을 만날 수 있다.
한국어의 위상과 교육열도 높아지고 있다. 4개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생겼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도 있다. 한국어학과는 경쟁률과 취업률이 높아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인도네시아에 4년제 한국어학과가 생긴 지 올해로 15주년이다. 적도의 땅에 한국어가 어떻게 뿌리내렸는지 되짚고 오늘을 살핀다.
2006년 8월 인도네시아 최고 명문 국립인도네시아대(UIㆍ우이)에 한국어문화학과가 문을 열었다. 한국어 전공 교수가 없어서 초대 학과장은 중국어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듬해 정원 28명에 1,048명이 1지망으로 지원해 3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강의를 하면 (얼마나 열심인지) 학생들 눈알이 올챙이 떼처럼 따라왔다"고 표현했다.
선배들의 전통은 이어졌다. 한국어문화학과는 2019년 대입에서도 우이 내 경쟁률 1위, 지난해엔 전국 모든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과 1,073개 중에 7위를 차지했다. 대학 서열을 따지는 건 마뜩잖지만 한국어의 인기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에바 라티파 교수는 "다른 학과 출신들은 졸업 후 평균 6~8개월만에 취업하지만 한국어학과 학생은 대부분 졸업 2개월 후, 일부는 졸업 전에 직장을 구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우이가 배출한 한국어 전공자는 약 400명이다.
우이와 자웅을 겨루는 욕야카르타(족자)특별자치주(州)의 가자마다대(UGMㆍ우게엠)는 2006년 12월 한국학과를 설립하고 이듬해 개강했다. 1997년 한국어 강좌를 열고, 2003년 3년제 과정을 만들었으나 정식 학과 설립은 우이의 로비에 밀려 4개월가량 늦었다. 한국어 개방 강좌가 열리면 정원의 몇 배가 모이는 걸로 유명하다. 우게엠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서부자바주 반둥의 인도네시아교육대(UPIㆍ우피)는 2015년 8월에, 인도네시아 최초로 1995년부터 한국어 3년제 과정을 운영했던 인도네시아민족대(UNASㆍ우나스)는 2016년 10월에 한국어학과를 세웠다. 모두 대학 내 학과 경쟁률과 경쟁력이 상위권이다. 이밖에 한국어 특강과 센터를 운영하는 대학도 현재 18곳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3년 한국어를 고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채택했다. 학교 자율 선택이라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일보가 파악한 결과, 11개 실업고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 선원을 양성하는 선박 관련 학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와 교육열에 비하면 교사 공급은 부족하고 질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한국어 전공자 대부분이 보수와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일반 기업에 취직해서, 우리나라의 지원이 한국 관련 교재 증정에 치우쳐서 그렇다. 양승윤 교수는 "듬뿍 쌓이는 질 좋은 교재와 훌륭한 인재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교사)가 없는 격"이라고 했다. "한국어를 독학했다"는 현지인이 많다는 사실은 한편 대견하지만, 한편 안타깝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뜻 깊은 사업이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이 마련한 한국어 현지 교원 양성 과정을 20명이 수료했다. 당종례 세종학당장은 "이후 진행된 현지인 교원 150명 대상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도 올바른 한국어 교수법을 전수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전했다.
교원 양성 과정을 마친 캐트린씨는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갖게 된 교사의 꿈에 다다른 만큼 한국어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우이 한국어문화학과 메이트리(20)씨는 "최고의 학과,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한국어를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그들의 미래를 어루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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