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한 방울이 귀하다"… 논란에도 확산되는 '접종 간격' 연장

입력
2021.01.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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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어 독일·덴마크도 연장 대열 합류
거센 확산세에 접종 대상 확대 고육책
"변이 출현 가능성 높아져" 경계도 여전

지난달 27일 독일 쾰른의 한 요양원 거주자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퀼른=AP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독일 쾰른의 한 요양원 거주자가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퀼른=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간격’을 연장하겠다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백신 물량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감염병 확산세를 따라 잡지 못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나온 고육책이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 혜택을 주자는 건데,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논란도 여전하다.

4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날 질병관리당국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에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2차 접종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덴마크도 1ㆍ2차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화이자 백신은 1차 접종만 해도 단기 예방 효과가 있다는 과학계 일부의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만큼 유럽 국가들은 백신 한 방울이 절박한 상황이다.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대확산에 나라 전역을 틀어막은 나라가 부지기수다. 유럽연합(EU)은 6개 제약사에서 백신 20억회 분량(10억명 접종분)을 이미 확보해 4억5,000만 EU 인구가 접종하고도 남지만, 현재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은 화이자 것뿐이다. 지난달 27일 EU 회원국이 동시 접종을 개시한 이후 줄곧 백신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회원국들은 EU가 영국과 미국에 비해 백신 승인 시기가 늦어진 데다 백신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도 더디기만 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보면 그나마 접종 속도가 빠르다는 덴마크조차 일주일간 580만 인구 중 4만5,800명이 백신을 맞아 100명당 0.78명 꼴이다. 독일은 100명당 0.23명, 오스트리아ㆍ불가리아ㆍ루마니아는 0.07명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정부가 백신을 최대한 아껴 쓰라고 공개적으로 권장할 정도다. 백신 한 병당 5회 투약이 적정 분량이지만, 제약사들이 투여 과정에서 쏟거나 흘릴 위험에 대비해 기준치를 넘는 양을 주입하는 탓에 많게는 7회까지 접종이 가능하다. 백신 공급량이 최대 40%까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같은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의 한 체육관에 설치된 백신 접종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의 한 체육관에 설치된 백신 접종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하지만 보건당국의 시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 백신은 최소 3주 간격ㆍ2회 접종을 조건으로 허가돼 접종 간격을 변경하려면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MA 측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지침을 바꾸려면 판매 허가 변경뿐 아니라 더 많은 임상시험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3주 간격 접종과 다른 일정에 대해선 안전성과 효능이 평가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계에선 1차 접종 후 면역력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접종 간격을 넓히면 자칫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다급해진 EU는 백신 공급을 늘릴 묘수를 찾느라 분주하다. 기존 계약한 3억회분 백신 외에 추가 공급이 가능한지를 화이자와 논의 중이고, 추가 백신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EMA는 이날 미 제약사 모더나의 백신 승인 여부를 두고 6일 예정됐던 회의를 앞당겨 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네덜란드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르면 6일, 늦어도 12일에는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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