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조선,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해양 오염' 이유

입력
2021.01.04 23:15
수정
2021.01.05 11: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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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실세 1주기 美ㆍ이란 긴장 고조 상황서


4일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나포되고 있다. AP 뉴시스

4일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걸프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 여러 척에 둘러싸인 채 나포되고 있다. AP 뉴시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가던 한국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걸프만을 오염시켰다는 게 이란 측이 밝힌 이유다.

외교부는 4일 “오늘 오후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우리 국적 선박(케미컬 운반선) 1척이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선원 20명 중 한국인은 5명이라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APㆍ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가 걸프 해역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해 항구로 이동시켰다”며 “유조선에는 한국 국기가 달려 있었고 기름 오염과 환경 위험이 나포 이유”라고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한국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ㆍ미얀마 국적 선원이 승선한 이 유조선은 7,200톤가량의 에탄올을 적재하고 있었으며 해양환경법 위반 혐의로 이란 남부 항구 도시인 반다르아바스에 구금됐다고 전했다.

나포된 선박은 부산 소재 ‘디엠쉽핑’(DM Shipping) 소속으로, 선명은 ‘한국케미’다. 선박 정보 사이트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한국케미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출발해 UAE 푸자이라로 가던 중이었다. 영국 해군이 운영하는 ‘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란 당국과 한국케미호 간에 ‘상호작용’이 있었고, 그 결과 상선이 이란 영해 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확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 유조선 나포는 미군 공격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전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1주기(3일)를 맞아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의 보복성 군사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핵잠수함과 전략핵폭격기를 걸프 해역에 보냈고, 이란은 어떤 적대 행위에도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거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공교롭게 이날 한국 유조선 나포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이란 정부 대변인 알리 라비에이는 반관영 메르 통신에 “포르도 지하 시설에서 20% 농도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2015년 미국 등 6개국과의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어기고 핵 개발에 다시 나선 것이다.

레베카 레바리츠 미 해군 5함대 대변인은 한국케미호 나포와 관련해 AP에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선박 억류 관련 상세 상황과 선원 안전을 확인한 뒤 선박 조기 억류 해제를 요청한 상태”라며 “청해부대(최영함)가 사고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고,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인 우리 선박에 대해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나포된 선박의 선사인 디엠쉽핑 측은 공해상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접촉해 왔고 환경 오염은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경성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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