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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괜찮다지만...AI 확산에 계란·닭 공급 문제 없나

입력
2021.01.04 17:00
수정
2021.01.04 21:5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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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까지 농장 41곳 고병원성 AI 발생
살처분에도 냉동 재고 많아 여력 충분
겨울철 지속·소비 늘면 가격 오를 수도


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닭, 오리고기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닭, 오리고기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국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장이 41곳으로 늘었지만 정부는 "계란, 닭고기 오리고기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과잉공급으로 재고가 많이 쌓여있는 데다 현재까지 살처분 규모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한 번 발생하면 한 겨우내 이어지고, 최근 육류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최근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에도 불구하고 계란, 닭고기, 오리고기는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소비자 가격은 일부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날까지 농장 41곳에서 AI가 발생해 산란계 등 총 1,269만3,000마리가 살처분 대상에 올랐지만, 공급 부족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실제 오리고기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소비자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계란 10개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1,876원으로 평년 대비 2.0% 상승한 수준이다. 닭고기는 1㎏당 5,143원으로 평년 대비 오히려 0.6% 하락했다. 오리고기는 10.8% 올랐지만 "이동중지 등에 따른 일시적 공급 차질일 뿐"이라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예산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 예산의 한 육계농장에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은 충남 예산의 한 육계농장에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처분 규모가 큰 데도 대체로 가격이 크게 뛰지 않은 것은 그만큼 누적된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특히 공급 여력이 평년보다 7.1%, 4.3%씩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8년 초부터 생산량이 증가해 육계와 오리고기 냉동 재고가 평년보다 38.9%, 73.6%씩 늘어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평년 대비 줄었지만 감소 폭은 2.0%에 그쳤다.

다만 겨울에 한 번 발생하면 다음 해 3월까지 이어지곤 했던 AI 특성상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치킨 등 배달음식, 가정 내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닭고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육류에 대한 가구당 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3%, 28.5% 증가했다. 게다가 가정용 닭고기는 생닭이 주로 소비돼 넉넉한 냉동 재고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밖에 지난해 육계 살처분 규모가 과거 사례에 비해 컸다는 점, AI 발생에도 닭고기 소비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등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계란 역시 산란계 규모가 평년 대비 줄었고,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 우려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품목에 대해 생산자단체, 유통업계 등과 긴밀히 협조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냉동 재고를 좀 더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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