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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에 등 떠밀린 스가 "수도권에 긴급사태 발령 검토"

입력
2021.01.04 18:00
수정
2021.01.0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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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대응' 비판 들끓어... 9일 0시부터 발령 예상
코로나19 변이 확인국과의 '비즈니스 왕래' 중단
지자체 휴업 요청 불응시 벌칙 포함 법 개정 논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과 관련해 수도권에 대한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과 관련해 수도권에 대한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에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0시부터 한달간 긴급사태가 발령될 것으로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앞서 2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와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縣) 지사 등 수도권 4개 지역(1도·3현) 광역단체장이 정부에 긴급사태 발령을 공개 요청한 바 있어 총리가 등 떠밀리듯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경제 악영향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을 망설여온 스가 총리의 신중한 태도와 맞물려 여론 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수도권 감염자 많아... 강력한 메시지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4일 도쿄 시내 간다묘진 신사 경내가 참배객들로 붐비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4일 도쿄 시내 간다묘진 신사 경내가 참배객들로 붐비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열린 신년 회견에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긴급사태선언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그는 "수도권의 감염자 수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는 1,337명으로 1,000명대를 처음 넘어섰고 전국에선 전날(3일) 기준 엿새 연속 3,000명대를 기록했다.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면 지난해 4~5월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엔 전국을 대상으로 사회·경제 활동 전반에 제한이 가해졌으나 이번엔 지난 사례를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한정된 조치만 이뤄질 전망이다. 스가 총리는 "1년간 배워오면서 어디가 문제인지 명확해졌다"며 "그런 점에서 한정적, 집중적 실시가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경로 불명 감염의 다수가 음식(먹고 마시는 것)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음식점의 영업시간 단축이나 휴업 등을 요청할 뜻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2일 수도권 지자체장들에게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단축하도록 당부했다.

스가 총리는 백신 접종에 대해선 "가능한 한 2월 하순까지는 접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상반기 전국민(약 1억2,700만명) 접종 분량(약 2억8,000회분)을 확보했다. 또 영국 등 해외발(發) 변이 확산 방지를 위해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국가에 대해 '비즈니스 왕래'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 11개국과 사업상 단기 출장자 등에 2주간 격리를 면제하는 입국 규제 완화를 인정하고 있다. 외무성 측은 "상대국이 현지에서의 시중감염을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한다면 중단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변이 감염자가 확인된 한국도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해선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한 증거로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사태 시 휴업 요청, 강제력 없어 한계

고이케 유리코(오른쪽) 도쿄도지사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지자체장들이 2일 도쿄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왼쪽) 경제재생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요구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오른쪽) 도쿄도지사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지자체장들이 2일 도쿄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왼쪽) 경제재생장관과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요구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면 해당 지역 지자체장은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거나 음식점·백화점·영화관·공연장 등 대중 이용시설의 영업시간 단축·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다수의 대기업이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백화점, 공연장 등이 일제히 휴업했다. 다만 현행법 상 벌칙 등의 강제 수단이 부족해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게 한계다.

이에 정부는 18일부터 소집되는 정기국회 기간 지자체의 휴업 요청 등에 따르지 않으면 사업자에게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감염 억제를 위해 강제 수단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헌법이 보장한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스가 총리는 이날 "급부금(정부 보상)과 벌칙을 세트로 해서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취하기 위해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가 '발령 검토'로 급전환했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이 계속되는 데다 회견에서의 수세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분출하고 있다. 회견문을 읽고 질의응답까지 마치는데 30분 남짓에 불과했다. 한 기자가 외교 현안을 질문하다 홍콩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이와 동떨어진 코로나19 답변을 하다 질문을 잊은 듯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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