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토막 백신' 접종 검토… 실제 효능엔 '물음표'

'초고속작전' 책임자 "임상시험서 효과 동일"
FDAㆍ모더나와 논의… '간격 확대'엔 부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팀의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 박사가 11월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영국에 이어 미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 확대를 위한 고육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투여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 ‘반토막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이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팀의 최고책임자 몬세프 슬라위 박사는 3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자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용량을 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라위 박사에 따르면, 18∼55세 성인 대상 모더나 백신 임상 시험에서 50㎍(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 용량의 백신을 두 차례 접종 받은 사람들도 100㎍ 백신을 2회 맞은 사람과 동일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시행 여부는 미 식품의약국(FDA)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는 현재 FDAㆍ모더나와 함께 반토막 접종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최소한의 면역력을 부여하기 위해 모더나 백신 절반 접종을 고려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영국처럼 1, 2회차 접종 간격을 넓히기보다 백신 용량을 줄이는 게 그나마 더 나은 선택지라는 입장이다. 백신 접종자 규모를 늘리려고 영국이 택한 접종 간격 확대 전략에 대해 슬라위 박사는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NBC방송에 출연한 미 최고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과학에 위배된다”며 영국 방침을 거듭 비판했다.

지난달 영국은 1회차 백신 접종자를 늘리기 위해 2회차 접종까지의 간격을 4주에서 12주로 연장하기로 했다. 존슨앤드존슨이 개발 중인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코로나19 백신은 1회차 접종 3∼4주 뒤 효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2회차 접종을 해야 한다. 슬라위 박사는 “절반 용량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은 더 많은 사람에게 면역력을 줄 수 있다”며 “사실ㆍ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좀더 책임감 있는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토막 접종’이 접종 간격 확대보다 나아 보이기는 해도 실제 효능을 장담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게 전문가들 반응이다. 미 코넬대의 백신 전문가 존 무어 박사는 백신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접종하는 방식이 모든 백신에서 효과 있는 건 아니라며 “(반토막 접종은) 절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태여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2,045만여명, 누적 사망자는 35만여명이다. AP통신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 가족 모임으로 사망자와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 속도는 당초 기대보다 느리다. 접종 20일째인 2일 오전 9시 기준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422만5,756명으로 집계됐고, 배포된 백신은 1,307만1,925회 접종분이라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2,000만명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연방정부의 목표에는 한참 미달하는 수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