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은 언제나 바다에서 떠오른다

입력
2021.01.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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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제주해상 전복선박 명민호 실종자 수색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제주해상 전복선박 명민호 실종자 수색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신축년(辛丑年) 희망찬 새해를 알리는 태양이 동해에서 솟아올랐다. 작년 한 해 '현장에 강한 신뢰받는 해양경찰'을 목표로 쉴 새 없이 달려 왔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마음이 컸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새해 첫 태양은 더욱 반가웠다.

바다는 온갖 희로애락을 담아 물결치다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많은 고기가 잡힌 그물을 다 올리지 못한 채 귀항하던 어선이 뒤집힌 사고, 낚시 포인트에 먼저 도착하려 손님들을 태우고 새벽바다를 전속력으로 달렸던 낚싯배 사고, 모처럼 아이들과의 물놀이가 마지막 나들이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가족여행 등 바다에서 일어난 모든 사고들 곁에 해양경찰이 있었다. 통영에서는 악천후에 해상 동굴로 떠밀려 들어간 다이버들을 마지막까지 지키던 34세의 해경 구조대원이 파도에 휩쓸려 순직했다.

해양경찰은 언제나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향해 절실한 마음으로 손을 내민다. 내 손이 그들에겐 마지막 희망일 수 있기에 스스로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은 모자라다는 내·외부의 평가와 아쉬움에 대한 냉철한 반성들은 해양경찰 직원들과 조직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혁신에 늘 목이 마르게 한다. 새해에는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미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다. 첨단 무인헬기(드론) 7대를 도입하여 불법 외국어선 등 범법선박의 이동 상황 예측과 현장 증거 확보로 단속 역량을 강화하고, 인공위성 정보와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하여 선제적인 경비함정과 항공기 배치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첨단 해양경비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생명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무인선박 등 첨단장비를 개발하여 긴급구조 사각지대를 없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양안전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정진할 것이다.

해양환경 보전에도 앞장서는 해양경찰이기에 친환경 하이브리드형 경비함정과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방제정을 건조하여 한국형 그린뉴딜 저탄소 정책에 동참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해양쓰레기와 미세먼지 줄이기에도 소홀치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된 환경은 바다에서 사람과 환경을 지키는 해양경찰의 업무에 더는 장애물이 아닌 디딤돌이 될 것이다.

새해는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바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희망의 태양에 담아본다. 즐겁고 여유롭게 안전한 바다를 즐기기를, 바다에서 희생되는 사람이 더는 없기를, 더 깨끗한 바다로 보살펴지기를, 무엇보다 그렇게 되기 위해 나를 향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기를 다짐했다.

올해도 해양경찰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주저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현장에 강한 신뢰받는 해양경찰'이라는 말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모두가 인정하는 해양 전문가, 해양 전문 기관을 향해 마부작침(磨斧作針)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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