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朴·MB 사면으로 장난 치나"... '반성부터'에 격분

입력
2021.01.03 20:10
수정
2021.01.03 21: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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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초에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의에 민주당이 '조건'을 달자, 국민의힘은 "비겁하고 잔인한 정치 행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면 권한을 쥔 문재인 대통령과 충분한 교감도 하지 않고 이 대표가 불쑥 사면론을 꺼내 보수 진영을 흔들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의심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면론에 며칠간 침묵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3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성과 사과'라는 조건을 제시하자, 국민의힘은 침묵을 깨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재판을 받는 사람인데, 반성하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면론에 반색했던 친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 의원들도 이 대표를 강하게 성토했다.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지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민주당이 말을 주워담으니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청와대나 민주당과 교감 없이 말을 한 번 던져 본 것이라면, 이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민주당이 제기한 사면론을 야권 분열 전략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 기류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의원들은 처음부터 사면론을 환영했다. 이들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숙원'이자 '해원'이다.

반면 중도층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반기기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사면 논의가 시끄러워질 수록 국민의힘이 두 전직 대통령의 '어두운 과거'에 갇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효과가 증발된다. 사면론을 동력으로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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