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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유영민의 정치 인연, "부산 지켜달라" 한 마디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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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한 뒤에도 계속 정치를 할 거면 (문재인 대통령의 권유대로) 부산을 가는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2020년 2월 21대 총선 당시 한 인터뷰에서
유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5년 전인 2016년 1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당시 공천권을 행사했던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선 가능성을 보고 유 실장을 인천 연수을에 전략 공천하려 했다.
그러나 유 실장은 고민 끝에 험지 중 험지였던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하기로 마음 먹는다. '인천보다 부산에 출마하면 어떻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낙선할 걸 알면서도 부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낙선이었다.
유 실장은 비록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의원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에서 연거푸 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임기 마무리를 책임질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정치권에서는 유 실장이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 대통령과 유 실장이 정치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5년 전이다. 2016년 1월 15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 인재 11호로 유 실장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유 실장을 소개하며 부산 출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정책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 실장은 당시 부산보다 수도권 출마에 무게를 뒀다. 문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총선 지휘봉을 김종인 대표에게 넘겼고, 김 대표는 유 실장을 인천 연수을에 전략공천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유 실장의 경력에 주목했고, 포스코엔지니어링 본사가 들어선 연수을을 맡길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당 자체 판세 분석, 여론조사 등 구체적 데이터도 해볼만 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유 실장은 당으로부터 공천 지역을 연락 받았지만, 한 사람의 권유로 다시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부산에 출마하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이 유 실장의 부산행을 적극적으로 요청했기 때문.
당시 공천 과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매번 선거 때마다 부산의 중요성이 크지만 좋은 인물들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라며 "문 대통령은 부산 출신이면서도 정보통신(IT)과 경제를 잘 아는 유 실장이 꼭 (부산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고 전했다.
유 실장은 지난해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 지지 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는 이때 20대 총선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대 총선 때) 당으로부터 전략공천 연락을 받고 문 대통령에게 연락한 다음날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며 "아내가 '송도로 가는 건 도리가 아니다. 만약에 인천에서 당선이 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이 당신을 영입했는데 인간 관계를 어떻게 그렇게 가져갈 수 있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낙선한 뒤에도 계속 정치를 할 거면 부산을 가는 게 맞다고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는 험지 출마로 낙선할 줄 알면서도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준 문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유 실장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도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 대통령이 유 실장을 눈 여겨 보게 된 건 2014년 그가 쓴 책 한 권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유 실장의 저서 '상상, 현실이 되다'를 읽은 뒤 트위터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라는 감상문을 올리며 "정치도 상상이 풍부하면 좋겠다"고 적었다.
유 실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때 문 대통령께서 간접적으로 저한테 관심을 갖게 되신 것 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유 실장의 저서를 읽은 이후 유 실장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창의성을 높이 산 것.
유 실장은 정치권에 뛰어들기 전에도, 정계에 발을 들인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을 도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 자문단으로 활동했다. 5년 뒤인 2017년 대선에선 캠프 디지털 소통위원장을 지냈다.
유 실장은 비록 국회 입성은 못 했지만, 문 대통령이 발탁해 공직에 먼저 발을 딛게 된다. 유 실장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취임한다. 문 대통령은 유 실장이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는 새 정부의 과학 정책 철학을 이끌 적임자로 봤다.
유 실장인 과기부 장관 재임 시절 우리나라를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로 만들었다. 2026년 5G 시장 규모는 1,50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이를 선점해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밀어붙였다.
애초 5G 상용화는 2019년 연말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유 실장은 이를 8개월이나 앞당겼다. 그 결과 2019년 4월 초 문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유 실장은 또 데이터·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벤처 투자 활성화, 규제 샌드박스 도입, 국가 기술·개발(R&D) 시스템 개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 실장의 인연을 꺼내며 문 대통령과 유 실장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2002년 대선 전 LG전자에 입사했다. 유 실장은 당시 LG전자 임원이었고, 건호씨는 유 실장이 총괄하는 IT 부서로 배치됐다. 노 전 대통령은 건호씨가 상사인 유 실장을 좋게 평가하자 그를 눈여겨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연은 2017년 과기부 장관이 되기 전 유 실장의 인사 청문회 때도 등장했다. 야당에선 유 실장이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된 게 보은 인사라며 날을 세웠다. 유 실장은 이에 "직장 상사로서 건호씨 결혼식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눴을 뿐"이라며 건호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됐다는 세간의 추측에 선을 그었다.
다만 유 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그러나 기업 임원 출신답게 조직 장악력과 운영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하위권을 맴돌던 진흥원을 재임 1년 만에 기관 평가 1위 공공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유 실장은 당시 기관장 평가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경기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 실장을 소개하면서 "경제·행정·정무 등 여러 분야에서 소통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이라며 "코로나19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4차 산업혁명 선도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지휘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유 실장은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했고, LG전자 평사원에서 임원까지 오른 기업인 출신이다. LG CNS 부사장을 거쳐 포스코 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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