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실장, 신현수 수석 靑 개편 단행
방역·부동산 등 민생 부문서 성과 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 민정수석에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전날 법무부 등 일부 개각을 단행한 데 이어 청와대 비서진도 개편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사의를 표명한 김상조 정책실장에 대해서는 현안이 많아 교체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초 중폭의 장관 인사도 예고한 상태다.
2021년은 문 대통령에겐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다. 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임기 마지막 해에 측근 비리 등으로 국정 지지율이 급락하며 극심한 레임덕 현상을 빚었다. 문 대통령 역시 비상한 각오로 새해 국정에 임하지 않으면 격렬한 정치 갈등에 휩싸여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후속 개각을 준비하는 것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국정 전반을 쇄신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난 한 해의 실책을 뼈저리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 4월 총선 후 지지율이 60%에 육박했고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지만 지지세는 잠시였다. 집값 폭등에 전세난까지 겹쳐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서민들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는 데도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는 데만 몰두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무리한 징계 추진으로 결국 법원에서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고 덩달아 대통령 지지율도 30%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그야말로 여권 스스로 화를 부르고 자멸한 형국이었다. 180석만 믿은 오만함과 강성 지지층만 쳐다본 진영론이 빚은 참담한 결과였다.
특히 문 대통령이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은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니라 60%까지 치솟은 부정평가 여론이다. 느닷없이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1위까지 오른 데서 보듯 반문(反文) 정서가 그만큼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도 민생은 살피지 않고 자기 진영은 철저히 감싸는 여권의 독선과 독주에 민심이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여론에 귀를 열지 않고 강성 지지층만 보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콘크리트 지지조차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역대 정부의 사례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외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 삼아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집권 4년 동안 기자회견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이른바 ‘추·윤 갈등’ 국면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아무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라도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각종 사안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얘기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동의를 구할 게 있다면 구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신축년 한 해 역시 국정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보급, 부동산 등 민생 안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검찰에 대한 분풀이에만 집착하는 지지층의 좁은 해협에서 벗어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나가야 침몰하는 배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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