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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코로나에 조용한 새해맞이… 한편에선 재난으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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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지구촌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2021년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떠들썩했던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또 한편에선 코로나19에 자연재해와 반인륜적인 테러까지 겹쳐 고통스러운 송구영신을 맞이한 곳도 있다. 역대로 가장 적막하고 암울하기까지 한 새해맞이다.
새해 맞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수십만명이 카운트타운을 외치는 가운데 대형 크리스털볼이 떨어지는 ‘볼드롭’ 행사다. 하지만 올해는 비공개로 치러진다. 행사장에는 공공병원 의사,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배달원, 출퇴근용 페리 운영자 등과 그 가족 40여명만 초대됐다. 팝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재조명된 곡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를 부를 예정이다.
영국은 새해 맞이를 기뻐할 여력조차 없다. 3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981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4월 이후 최고치다. 해마다 열리던 템스강 불꽃놀이는 진작에 취소됐다. 더 나아가 봉쇄의 고삐를 한층 조였다. 31일부터 잉글랜드 북동부, 그레이터멘체스터주(州), 중부, 남서부 지역까지 추가로 4단계 봉쇄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영국 인구 10명 중 8명이 새해를 집에서 맞게 됐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규제 조치에 따라 안전하게 집에서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프랑스는 이날 파티와 모임, 차량 방화를 막기 위해 경찰 10만명을 투입한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금도 엄격하게 시행한다. 파리에선 지하철 노선 절반이 폐쇄되고, 전국적으로 대중교통이 축소 운영된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알코올 음료와 인화성 액체 판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에선 2005년 파리 폭동 이후 차량 방화가 연례 행사가 되다시피 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거리 축제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신년 행사와 호주 시드니 하버브리지 불꽃놀이도 취소됐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인파가 모이지 않도록 실내에서 신년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조용한 새해 맞이조차 사치가 돼 버린 재난 현장엔 지구촌의 관심과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난 29일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도시 절반이 파괴되고 7명이 사망한 크로아티아 중부 페트리냐에선 30일에도 규모 4.8과 4.7의 강력한 여진이 계속돼 건물들이 붕괴되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추가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집과 가족, 이웃을 잃은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유럽연합(EU) 위기 관리 책임자는 “현재로선 주택용 컨테이너뿐 아니라 겨울용 텐트와 전기난로, 침낭 등도 필요하다”며 “EU는 이 지역에 원조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북쪽 한 마을에선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 따르면 10명이 다치고 11명이 실종됐으며 주민 900명이 긴급 대피했다. 산사태로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택 여러 채가 부서지기도 했다. 지반이 불안정해 수색 작업은 헬리콥터로만 가능한 상황이다. 노르웨이 수자원 및 에너지국 대변인은 “최근 발생한 산사태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내전 중인 예멘에선 끔찍한 테러까지 벌어졌다. 이날 남부 아덴 국제공항에 박격포 포탄 세 발이 떨어져 최소 36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예맨 정부의 새 각료들이 탑승한 비행기를 겨냥한 공격이었다. 각료들 중 사상자는 없었다. 공격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예멘 일부 관리들은 친(親)이란 성향의 반군 후티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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