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30일 지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추천한 후보 2인 가운데 검사 출신의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대신 판사 출신인 김 선임연구관을 선택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 문 대통령이 임명하면 내년 1월부터 공수처를 이끌게 된다.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공수처를 비(非)검사 출신에게 맡긴 건 철저한 검찰 견제와 성역 없는 비리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김 후보자는 정부나 여당이 아닌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사로, 친정부 경력이 없는 만큼 인사의 중립성은 외형상 유지됐다. 다만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의 수사관으로 참여한 것이 유일한 수사 경험일 만큼 공수처장에 필요한 경력은 미흡하다. 추천 과정의 정치적 파행과 정치적 독립성 논란도 김 후보자의 숙제일 수밖에 없다.
거센 찬반 논란 속에 20여년 표류해 온 공수처의 출범은 현 정부 권력기관 개혁의 가장 큰 산물이다.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해 공직사회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 것으로, 권력에 의해 악용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비판 역시 합리적이다. 김 후보자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고 국민이 원하는 공수처를 안착시켜야 한다.
사실 김 후보자는 임기가 3년으로 검찰총장보다도 1년이 길다. 더구나 현 정권과 차기 정권에 절반씩 걸쳐 있어, 권력 눈치를 살피는 정치적 칼이나 방패막이가 될 필요는 더욱 없다. 김 후보자는 언론에 낸 입장문에서 “공수처 출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잘 안다”고 기대감을 갖게 했다. 우선 인사청문회와 차장 제청, 수사검사 임용을 위한 7인 인사위원회 구성, 검사 임명 과정에서 공수처가 최대한 공정하게 운영될 것임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서 “이 정권을 위해 맞춤 제작된 공수처장”이란 야당의 논평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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