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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의혹 부인 하루만에 "이 파고 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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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인지한 뒤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극심한 심경변화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처음에는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감당하기 버겁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북부지검이 30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처음 인지하게 된 시점은 지난 7월 8일 오후 3시쯤으로 추정된다.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가 독대 자리에서 '시장님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 좋은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시는 것이 있느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박 전 시장은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임 특보는 '4월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와 연락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으나, 박 전 시장은 역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4월 벌어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고소인은 동일인물로, 임 특보는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박 전 시장에게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까지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던 박 전 시장은 당일 밤 11시 임 특보와 기획비서관 등을 공관으로 불러모았다. 임 특보가 '국회의원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는 전화를 받고 여성단체 등에 연락했는데 무슨 일인지 말해주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박 전 시장은 이후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한 탓인지 사퇴를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튿날인 9일 오전 9시 15분쯤 박 전 시장은 공관에서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독대하며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은데,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쪽에서 고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퇴 의사를 밝힌 후 1시간 반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그는 다른 결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9일 오전 10시 44분쯤 그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오후 1시 24분쯤에는 임 특보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외에도 박 전 시장의 휴대폰 텔레그램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면목이 없다, 얼마나 모두 도왔는데' 등의 메시지가 나왔다.
임 특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15분 뒤에는 고 전 비서실장과 통화하며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오후 3시39분쯤 박 전 시장의 휴대폰 신호가 끊겼고, 그는 10일 새벽 경찰에 의해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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