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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근로 가뭄에 단비지만... 노인들 "꾸준한 돈벌이 필요"

입력
2021.01.04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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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년은 취업 불가, 노년은 은퇴 불가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지난달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분들이 몰려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분들이 몰려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월 27만원 주는 일자리를 서로 하겠다며 노인들이 줄을 섰어요."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안금옥(76)씨에게 여성발전센터 노인 일자리 사업은 중요한 수입원이었다. 한 달에 10번, 거주지 인근 초등학교로 나가 3시간씩 급식 준비나 교통정리를 도왔다. 기초연금 30만원으로 꾸려가던 생계는 월 27만원 급여 덕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뒤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일을 나가는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자연히 가계는 휘청거렸다. 올해부터는 연령 제한 탓에 75세가 넘은 안씨는 아예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조차 없다.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늘려가고 있지만, 가파른 고령화 탓에 양적으로도 일자리가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를 지난해 74만개에서 올해는 80만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시행 이후 사업 예산과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공 일자리를 원하는 저소득층 노인들에겐 이마저도 부족하다. 하루 3시간씩 월 27만원의 급여를 원하는 노인들이 넘쳐나면서 경쟁률은 2대 1을 넘나든다.

공공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꾸준한 돈벌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빈곤에 내몰린 노인은 많은데 일자리는 적다 보니, 순번을 정해 일할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은 활동비 수준 상향(30.9%)과 참여 기간 확대(15.7%)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탓에 급여마저 쪼개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안금옥씨의 경우도 코로나19 이후로는 일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수입도 감소했다.

앞으로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대거 노인층에 편입되는 만큼, 노인 일자리 사업의 중요도는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 일자리가 빈곤 노인들에게 가뭄에 단비인 것은 맞지만, 전문가들은 질적 고민 없는 양적 확대는 해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의 노인 일자리는 매우 기초적이고 단순한 일만 하는 사실상의 ‘유급 자원봉사’다. 지속성 없는 비슷비슷한 일자리에 사람만 바꿔가며 충원되다 보니, 당장의 소득 공백을 메워줄 수는 있지만 꾸준한 수입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현장에서는 일을 시키는데 급급해 사전 교육과 사후 관리가 미비하다"며 "사업 참여를 감독하고, 노동의 종류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노년이라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문성 있는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다"며 "노후 소득을 늘리려면 정부가 예산을 더 투입해 다양한 일자리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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