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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축구협-로펌 사무장-경찰관 '삼각 커넥션' 의혹

입력
2020.12.30 04:30
수정
2020.12.30 06: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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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비위 정보가 축협→로펌→경찰로?
경찰이 수사 시작하면 사무장이 변호사 알선
축구계 지도자들 참고인 조사…협박 피해 호소

서울시축구협회 관련 비위 흐름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시축구협회 관련 비위 흐름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법무법인 사무장을 중심으로 서울시 축구협회 간부와 경찰 간부가 낀 '삼각 커넥션'이 포착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축구협회 간부가 사무장을 통해 초·중·고교 축구지도자의 비리를 경찰에 넘기면, 사무장이 축구 지도자들에게 변호사를 알선하는 식으로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이다.

2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청 광수대는 서울시축구협회 간부 A씨와 법무법인 사무장 B씨 그리고 경찰 간부들로 이어지는 '유착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광수대는 A씨와 B씨를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하며 확보한 압수물에서 경찰관 유착 정황을 발견해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관들이 얽힌 정황은 서울시 축구협회 수사 도중 우연하게 드러났다. 광수대는 6월쯤부터 A씨와 B씨가 서울시 축구협회 공금을 횡령하고 초·중·고 축구부 감독들을 공갈·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수사해 왔다.

첩보 경찰에 넘기고, 수사 시작되면 변호사 알선

사건 참고인들 진술을 종합하면 축구협회 간부인 A씨는 축구계 지도자 관련 의혹을 B씨에게 넘겨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으로서 경찰에 발이 넓은 B씨는 친분 있는 경찰관에게 관련 첩보를 제공했다. 이 첩보를 바탕으로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면 A씨는 경찰에 입건된 축구 지도자들에게 접근해 B씨 소속 법무법인 변호사나 B씨가 잘 아는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와 B씨는 자신들 제보로 수사 대상이 된 C 감독에게 접근해 "B씨 소속 법무법인과 부장검사 출신인 B씨 측근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수사관들에게 기름칠 돈이 필요하다"며 변호사비 등 1억 4,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 감독 외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또 다른 감독에게도 접근, B씨 측근 변호사 선임을 권하며 1억 2,000만원을 요구한 정황도 나왔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변호사를 알선하며 수고비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가로챈 정황도 발견됐다. A씨와 B씨는 모 축구계 지도자에게 5,800만원을 들여 B씨 측근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중간에서 변호사비 2,000여 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A씨의 권유로 3,000만원을 들여 B씨 소속 법무법인을 선임한 모 감독은 B씨에게 수고비조로 200만원을 따로 입금하기도 했다.

A씨와 B씨는 수사가 시작되면서 받은 돈 일부를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B씨, B씨 소속 법무법인 계좌내역을 확보하고, 부장검사 출신인 변호사에 대한 조사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커넥션 가담 경찰관, 부인 취업 청탁 의혹도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사건 수임 커넥션에 얽힌 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경찰 간부는 B씨에게 자신의 아내 일자리를 청탁하기도 했다. 이 경찰 간부의 아내는 A씨를 통해 1월 서울시 축구협회에 취업했고 광수대가 서울시 축구협회 관련 수사에 착수한 6월에 그만뒀다. 5개월간 수령한 급여는 1,250만원 상당이다. (관련기사 ☞ 관련 사건 수사 중인데…제보자 측 협회에 부인 취업시킨 경찰)

정종선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의 언남고 감독 시절 횡령·강제추행 등 혐의에 대한 수사도 서울시축구협회 간부 A씨의 제보로 B씨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간부에게 첩보를 제공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수사를 받는 감독들에게 접근해 변호사 선임을 권하며 "정종선 감독이 쓴 돈의 10분의 1만 쓰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정종선 수사과정 '경찰 간부·제보자 유착' 정황 포착)

이유지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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