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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없어 못 나가고, 집에도 못 모시고..." 애타는 요양병원 보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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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요? 가둬 놓고 아무 대책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데, 수용소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잇따르는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확진 환자의 가족들은 치료 병원 병상을 기다리며 요양병원 탈출을 고대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가족들은 추가감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가족을 집으로 옮기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8일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울산 남구 양지요양병원에서 240명,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153명, 서울 구로구 미소들 요양병원에서 17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전북 순창군 순창요양병원, 김제시 가나안요양병원,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병원 등에서도 각각 100명 안팎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다.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집단으로 묶어 함께 격리하는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시행 중인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 가족을 맡긴 보호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특성상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 감염 시 치명률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확진자를 요양병원 밖으로 옮길 곳(병상)이 부족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가족들은 오매불망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30대 A씨는 90대 할머니가 효플러스요양병원에 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음성자와 양성자가 분리도 되지 않는 환경에서 할머니마저 4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바람에 가족 모두가 불안해 했다"며 "할머니가 위독해서 치료시설로 이동해야 할 때도 관할 보건소에 연락을 계속 해야했고 과정도 복잡해 병원을 옮기는 데만 꼬박 8~9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39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진사랑요양원에 80대 노부모가 입원해 있는 성상호(58)씨도 "28일 뒤늦게 확진된 어머니는 병원을 옮기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고,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아버지도 아직 요양원에 있다"며 "어머니가 수십년 동안 천식을 앓고 계셔 걱정이 더 크다"고 걱정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가족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진퇴양난의 심정이다. 잠복기 가능성 때문에 집으로 모셔올 수도 없는데다, 계속 시설이나 병원에 두자니 추가 감염 가능성이 두렵다. 일부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에서는 양성·음성 입소자 간 층 분리는 기대하기 어렵고, 병실 분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원용남 한국방역협회 서울지회장은 "층 간 분리를 하고 의료진이 소독을 잘 하며 오가면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방역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모(36)씨는 충북 지역 요양병원에서 요양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병원 내 사정을 전달했다. 이씨는 "어머니 병원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고 해 알아봤더니, 확진자와 비확진자 모두 결국 한 병원 안에 있는 것이었다"면서 "사람들이 계속 갇혀 있으니 내부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보호자들은 요양병원 측으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지도 못해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뒤늦게 집단 감염 발생 사실을 알게 됐다. 아버지가 파주시 진사랑요양원에 있다는 이모(49)씨는 "25일 인터넷 카페에서 '문산의 요양원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네티즌들에게 물어물어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임을 알게 됐다"며 "심지어 아버지는 24일에 확진 판정을 받으셨는데, 내가 묻기 전까지 아무런 연락도 해주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성상호씨도 "코호트 격리 사실조차 직접 전화해서 묻고 나서야 요양원에서 알려줬고, 여태 보호자에게 안내한 게 하나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보호자들은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이미 지난 만큼, 방역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의료진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지경에 이를 때까지 당국은 '병원 안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관했다"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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