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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지지율 1위' 안철수에 드리운 3가지 그림자

입력
2020.12.28 04:30
수정
2020.12.28 11:3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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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야권 후보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불 지핀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도 달아올랐다. 그러나 안 대표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왜일까.


①'철수 정치' 오명의 그림자

한길리서치가 22일 발표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안 대표는 17.4%를 얻어 선두에 올랐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16.3%)과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안 대표가 20일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이름 값'을 입증한 것이다.

안 대표 부상을 바라보는 야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안 대표 브랜드가 야권에 활력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대표만 반짝 뜨고 후보 단일화는 무산되면 '보수 야권 표 분열'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낳을 것이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다 포기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7일 "콘서트를 연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는데, 도중에 가수가 사라지면 주최 측만 비난을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안 대표 쪽은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한다. 완주 의지를 보이겠다면서 국민의당 회의실에 '단일화로 정권심판' '단일화로 보선 승리'와 같은 푯말을 설치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은 "보수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②지역 기반·세력 부재의 그림자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본선 레이스를 뒷받침할 '강력한 우군'이 없는 것도 안 대표의 약점이다. 우선 지역 기반이 없다. 호남은 2012년 대선 때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였고, 2016년 20대 총선 때도 국민의당에 23석을 몰아줬다. 이후 국민의당이 국민의힘 계열인 바른정당과 합당·분당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호남 민심은 안 대표를 떠나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서울은 지역색이 옅은 편이지만, 서울 내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겐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를 떠받치는 정치 세력도 딱히 없다. 국민의당은 올해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못한 '비례 정당'이다. 후보 단일화 경선과 본선의 최대 무기인 조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조직력 보완을 위해 '범야권 연립 시정' 운을 띄웠지만, 국민의힘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는 "입당은 하지 않으면서 당의 기반만 가져다 쓰겠다는 뜻 아니냐"고 했다.


③오직 반(反)문재인...'희미한 비전'의 그림자

2017년 9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9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대표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 대표의 메시지는 온통 '반(反)문재인'이다. "문재인 정권이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놓고 국민을 속이는 행태에 분노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비전은 내놓지 않았다. 대선, 총선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유권자들이 '일꾼을 뽑는 선거'로 보는 경향이 짙은 만큼, 안 대표에겐 취약점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민들이 최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꼽은 시급한 현안도 코로나19 대응(10.4%)보단 부동산 정책(63.3%)이 압도적이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안 대표가 새정치를 한다면서 '반정치' '반정부' '반문재인' 등의 접근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스스로 쌓는 측면이 있다"며 "이기는 선거를 위해선 유권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지현 기자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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