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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밑까지 온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대응 늦으면  안된다

입력
2020.12.27 18:30
수정
2020.12.27 19:20
5면

왕래 많은 일본·싱가포르에도 변이 바이러스?
"국내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고 의심 가능한 상황"


24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 런던 전자신고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는 영국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런던발(發) 인천행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영종도=연합뉴스

24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 런던 전자신고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정부는 영국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연말까지 런던발(發) 인천행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영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북미 대륙에 이어 아시아 국가까지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연일 1,0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전파 속도가 훨씬 빠른 변이 바이러스까지 상륙할 경우 코로나 확산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에서 80대 남성이 영국에서 귀국한 뒤 자가격리를 해오다 전날 오전 심장정지가 발생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사망했는데, 사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의 가족 3명도 이후 차례로 확진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확진자의 검체를 확보해 전장유전체분석으로 이르면 이번주 내에 변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가족 중에도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검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자만 증폭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인지를 확인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법과 달리 전장유전체분석 기술은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체 유전자가 얼마나 다른지를 파악해 변이 바이러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해당 바이러스가 변이 바이러스로 판명날 경우 국내에서 확인되는 첫 사례가 된다.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9월 런던 남동부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50~70% 더 강해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 나타내는 수치)가 더 높고, 어린이들도 잘 감염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변이 바이러스가 아직은 기존에 개발된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할 정도는 아니고, 독성이 더 강하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 속도가 빠른 탓에 세계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는 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또 다른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유럽을 휩쓸고 간 후 캐나다와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으로 확산돼 지금까지 최소 13개국에서 발견됐다. 특히 일본에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7명이나 발견돼 2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지난 2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영국발 항공편 입국을 일시 중단했고, 영국과 남아공 입국자에 대한 검사도 강화했다. 입국자들은 모두 14일간 강제 격리되고 입국 후 3일 이내, 격리 마지막 날인 14일째에 각각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2회 실시하는 강한 조치를 하는 나라는 몇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좀 더 선제적,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걸 보면 사실상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당 국가를 거쳐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 검사는 물론 항공기에 대한 철저한 방역 등으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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