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2020 ①] 희비 갈린 윤석열-추미애, 제1야당 역할한 진중권

입력
2020.12.27 14: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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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은 한 주 가장 관심이 높았던 뉴스의 주인공을 캐리커처로 그려 독자들에게 소개한 고정코너다. 숨가빴던 2020년을 배 화백이 담아낸 인물들을 통해 되돌아봤다.


2020년 대형 뉴스의 중심에 섰던 주요 인물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경기지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계규 화백

2020년 대형 뉴스의 중심에 섰던 주요 인물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경기지사,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계규 화백

2020년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 차를 맞은 해다. 등산으로 치면 하산 길이지만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4월 총선 압승으로 범여를 모두 합치면 18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이 탄생해 입법의 주도권을 쥐면서 제도적 개혁에서 진전을 이룬 해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었다.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주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반 문재인 정서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던 40%대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연말 부동산 폭등, 코로나19 악화, 추미애ㆍ윤석열 갈등 등의 부정적 이슈가 겹치면서 30%대로 떨어졌다.

올해를 개혁 입법의 가속화와 반문 정서의 확산이라는 두 상반된 흐름이 교차했던 시기라고 정의한다면, 전자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을 명분으로 도전장을 던진 그는 8월 29일 60.77%의 압도적 득표율로 거대 여당의 새 수장에 선출됐다. 차기 대선 주자인 그에게 당 대표 자리는 대선 고지 등정의 주요 교두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내 세력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는 것에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다. 평가는 엇갈린다. 정기국회 입법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히지만 통합과 협치 분야에서는 차별화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문 진영을 지지 세력으로 삼으려다 보니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 참패로 바닥을 친 제1야당의 복원도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였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거대 여당이 독주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됐다. 실제로 거대 여당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고, 입법 독주를 해도 102석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되살아나는 중이다. 야당은 여당의 실패를 먹고 산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지만, 국민의힘 변화를 이끌며 반문재인 전선의 구심 역할을 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도 한몫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4월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그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의 간판을 바꾸고 극우 색채를 지우는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광주에 내려가 5ㆍ18 희생자 영혼 앞에 무릎 꿇고,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견인하고, 2016년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80세 노정객의 매직은 올해도 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천길 낭떠러지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풍운아를 꼽으라면 단연 이재명 경기지사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았던 그는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를 받고 기사회생했다. 사법부에서 족쇄가 풀리자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현재는 근소한 차이로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주류인 친문 주자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유일한 대선 주자다. 친문의 집요한 공격이 여전히 부담이지만, 반대로 중도ㆍ보수로의 외부 확장성이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에 올 초 코로나 국면에서 재난기본소득, 신천지 행정명령 등으로 ‘사이다’ 리더십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자신의 공간을 점차 넓혀 나가는 중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가 끝나고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이낙연 대 이재명 경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친문 저격수로 변신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올해도 정부ㆍ여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사실상 혼자서 제1야당 역할을 다해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진보 논객이 진보를 표방하는 집권 세력의 이중성을 비판하니 설득력을 얻었다. 철학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예리한 레토릭은 야당의 비판 기능을 능가했다. 얼마 전 조국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1심에서 4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되자 “이로써 내 싸움은 끝났다”며 페이스북 절필을 선언했다. 하지만 서민 교수, 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등 '조국 흑서팀'이 제3지대 정치세력으로 조명받고 있어 여의도 정치권은 앞으로도 그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올해 다채로운 정치 여정을 보여준 정치인으로 꼽힐 만하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해외에 체류해온 그는 새해 벽두인 1월 2일 정계복귀를 선언해 정치권을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총선 직전 급조한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비례 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후 반문 연대를 고리로 야권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타진했던 그는 얼마 전 차기 대선 경쟁구도에서 한발 물러서며 ‘서울시장 3수’라는 승부수를 던져 또 한번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철수 정치’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고 이번에는 야권 단일 후보라는 대장정을 완주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1월 2일 임명돼 검찰 군기반장을 자임하고 나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국 수사로 정권의 눈 밖에 난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립과 반목은 한 해 내내 이어졌다. 급기야 추 장관이 11월 말 검찰총장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클라이막스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윤 총장 직무 정지는 부당하다고 의결하고, 서울행정법원이 직무 정지 효력을 중지시키면서 균형추가 기울었다. 뒤이어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내린 정직 2개월이라는 결론마저 법원이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추 장관의 완패로 끝이 났다. 그 결과 윤 총장이 야권 대선 주자 1위로 올라선 것은 진중권 전 교수의 표현대로 민주당 프로그램의 치명적 ‘버그’일지 모른다.

순항하던 남북관계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돌변도 화제였다. 3월 청와대를 향한 비난 메시지로 포문을 열더니 6월에는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했다. 그 여파로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얻기도 했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 32세 북한 2인자의 도발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화 뉴스부문장
배계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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