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또 이겼다… "사법부 판단에 감사"

입력
2020.12.24 23:20
수정
2020.12.25 00: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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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정직 2개월 집행정지 효력 중단
징계 추진한 추미애 장관 책임론 커질 듯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재가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재가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징계가 확정된 후 8일 만인 24일 법원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총장직에 복귀하게 됐다. 이달 초 직무배제 처분 효력 정지로 업무에 복귀한 뒤, 지난 16일 정직 처분 확정과 함께 다시 총장직 수행이 중단됐다가 재복귀하는 것이다. 윤 총장 감찰 및 징계의 전 과정을 주도했으나 결국 '완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뿐만 아니라,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도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이날 밤 10시쯤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신청인(윤 총장)에게 한 2개월의 정직 처분은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본안 소송 1심 선고 날짜부터 한 달이 되는 시점까지 정직 처분의 효력을 멈춘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징계처분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점, 피신청인(법무부)이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윤 총장 징계사유 중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부분은 일부 부적절함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소명자료 및 충분한 심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본안 심리에서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3시 2차 심문기일을 열어 1시간 15분가량 심리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22일 1차 심문이 2시간 16분 동안 걸렸던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빨리 끝나 재판부가 이미 심증을 굳힌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심문이 끝날 무렵, 홍 부장판사는 “오늘 중 결정을 내려보겠다”고 밝혀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 처분을 두고 추 장관 측과 윤 총장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추 장관 측은 징계 처분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고, 윤 총장 측은 “징계권 행사의 허울을 쓰고 총장을 쫓아내려 한 것” “정직 2개월로 식물총장이 되는 만큼, 사실상 해임과 유사한 처분” 등의 주장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윤 총장은 법원의 판단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듣고는 “그렇구나”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휴일인 25, 26일 출근해 부재중 업무보고 등을 받는다고 대검은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론과 함께, 윤 총장으로선 흔들렸던 입지를 회복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은 “윤 총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대전지검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 일선 검찰청 59곳에서 평검사회의 등을 열어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등에 반발했던 검찰 조직도 다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 총장 징계 청구를 강행한 추 장관의 위상은 대폭 추락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4일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한 뒤, 절차적 논란 속에 ‘윤 총장 찍어내기’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았던 추 장관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지만 정치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추진을 사실상 묵인한 문 대통령의 리더십도 흔들려 조기 레임덕 관측마저 나온다.

안아람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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