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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마저 움직였다… 강남·힙지로·명동→집근처

입력
2020.12.28 18:20
수정
2020.12.28 19:18
14면

#. 서울 강서구 소규모 기공소에서 일해 재택근무가 아예 불가능한 이모(31)씨. 그는 요즘 퇴근 후 일산 거주지 근처에서만 신용카드를 꺼낸다.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직장 근처에서 먹던 식사는 사라졌다.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저녁거리는 집 앞 마트나 편의점에서 산다. 이씨는 "술도 동네 친구 집에서 마셔서 카드 긁는 장소가 집 주변으로 고정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통 상권이 움직이고 있다.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도심이 썰렁해지고 사람들의 동선은 거주지 근처로 좁아졌다. 출근이나 등교, 외출 중에 소비를 하고 귀가하던 패턴이, 이제는 퇴근 또는 일과 후 소비로 대거 바뀌면서 상권도 주거지역 곳곳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서울 자치구별 소비 지도 변화(강남구 결제금액·건수=100 기준)

서울 자치구별 소비 지도 변화(강남구 결제금액·건수=100 기준)


28일 비씨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카드 결제 금액과 건수 수치가 50 이상(강남구=100 기준)인 자치구는 2018년까지 전통적인 오피스 상권에 몰려 있었지만, 올해는 주거 밀집 지역으로 확산됐다.

구체적으로 2018년 4월에는 마포구(56), 서초구(60), 송파구(61), 중구(68) 등에서 비교적 소비가 활발했다. 강남과 을지로, 명동 등 오피스 상권이 점령하다시피 했던 때다.

하지만 올 4월에는 강서구(53), 관악구(50), 영등포구(54) 소비가 치고 올라왔다. 거주지 중심에서 상권이 살아났음을 의미한다.

2018년 4월(왼쪽)과 올해 4월 소비지도. 20대 소비를 중심으로 카드 결제 금액 크고 결제 건수가 많을 수록 파란색 점을 찍었더니 2018년엔 강남, 중구 등에 집중되던 소비가 올해는 서울 외곽 등 전통 상권 이외 주거지역까지 퍼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한규민 디자이너·송정근 기자

2018년 4월(왼쪽)과 올해 4월 소비지도. 20대 소비를 중심으로 카드 결제 금액 크고 결제 건수가 많을 수록 파란색 점을 찍었더니 2018년엔 강남, 중구 등에 집중되던 소비가 올해는 서울 외곽 등 전통 상권 이외 주거지역까지 퍼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한규민 디자이너·송정근 기자

이 같은 현상은 전국 편의점 매출에서도 두드러졌다. 'A급지'로 평가되던 홍대, 여의도 등 유흥가 또는 오피스 밀집 지역의 점포 매출이 고꾸라지고 하급지였던 주택 밀집지 매출이 오른다는 게 최근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올해 10월 핼러윈데이 시즌 GS25의 관련 상품 매출을 살펴본 결과, '주거 상권'이 60.8%나 증가했다. '오피스 상권' 증가폭은 41.3%로 뒤를 이었고, 코로나19 이전 특수 효과가 가장 컸던 '유흥 상권'은 5.8%에 그쳤다. '학교·학원가 상권'은 2.1%로 대목이 민망한 수준이었다.

상권의 변화는 외식업계 지형도도 바꾸고 있다. 지난 8월 CJ푸드빌 한식뷔페 계절밥상 동대문점과 버거킹 홍대역점이 폐점한 게 대표적인 전통 상권 몰락의 여파다. 반면 치킨 브랜드 BBQ, 맘스터치와 분식 브랜드 스쿨푸드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신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의 대로변 대신 거주지역 내 골목길에 소규모로 자리를 내 배달에 집중하는 점포 모델을 취한 게 공통적이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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