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OTT도 '닥투'로 월 2900원 책정…시너지 효과 날까?

입력
2020.12.24 17:30
경쟁사 가격 3분의 1 수준으로 '쿠팡플레이' 출시
손해나도 가입자부터 확보하는 '닥치고 투자' 방식
"쇼핑과 시너지 위해선 고품질 영상 확보가 우선"

쿠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24일 출시했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이 경쟁 중인 시장에 출전하는 쿠팡은 기존 쇼핑 혜택에 영상 무제한 시청을 추가하는 차별화를 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로켓배송으로 유통 시장의 판을 뒤흔든 쿠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든다. 구체적인 밑그림도 제시됐다. 이미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면서 확보한 기존 쿠팡의 유료 멤버십에 무료 OTT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빠른 배송, 무료 반품 등 쇼핑 편의성이 높은 유료 멤버십에 영상을 묶는 건 아마존이 입증하고 있는 성공 방정식이다. 소비자가 이탈하기 쉬운 e커머스에 비해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가 들어오고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큰 영상 서비스로 '한국판 아마존'을 정조준하는 전략이지만, 효과적인 시너지를 위해선 양질의 콘텐츠 확보 능력이 필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월 2,900원이면 로켓배송+영상 무제한

쿠팡은 24일 OTT 상품인 '쿠팡플레이'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모델은 아마존과 유사하다. 기존의 당일배송, 새벽배송, 30일 무료반품 등이 가능한 쿠팡 와우 멤버십(월 2,900원)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가 자동으로 연동돼 무제한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아마존은 월 12.99달러 혹은 연회비 119달러를 지불하는 유료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에게 동영상뿐 아니라 음악, 도서 등도 무료 제공한다. 구독자만 1억5,000만명에 달한다.

주요 OTT 서비스 내용


쿠팡은 가격 경쟁력에 기존 와우 이용자까지 등에 업는 전략으로 쿠팡플레이 안착을 노리고 있다. 주요 OTT의 최저 가격이 월 8,000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 2,900원은 상당히 저렴하다. 넷플리스 가격은 9,500원부터다.

게다가 와우 이용자는 현재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용자를 그대로 품으면 쿠팡플레이는 점유율 40%로 OTT 1위인 넷플릭스의 월간 순 이용자 수 755만8,292명(닐슨코리안클릭 집계·올 8월 기준) 뒤를 바짝 쫓는다. 웨이브(21%· 388만명), 티빙(14%·255만명)을 단숨에 따돌린다.

손해 보는 장사로 얼마나 버틸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쿠팡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쏟고 보는 이른바 '닥투(닥치고 투자) 경영'으로 기존 플레이어를 긴장시키는 '메기' 역할을 자처해 왔다.

하나 지을 때마다 수천억원 투입해야 하는 물류센터를 전국에 세우며 로켓배송을 만들었고, 음식 배달 앱 '쿠팡이츠'를 내놨을 땐 주문 중개 수수료 할인, 라이더(배달기사) 지급 수수료 상향 등 자금력을 투입해 점주와 라이더를 끌어들였다. 쿠팡플레이 역시 기존 멤버십 혜택에 OTT를 무료 추가해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초기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쇼핑과 영상의 시너지로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느냐다. 쌓이는 적자를 해결하려면 흑자전환까지 오래 걸리는 쇼핑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고정적으로 이용료 받을 수 있는 종합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상을 보면서 물건도 사는 미디어 커머스로의 도약도 플랫폼 경쟁력이 확보돼야 유리하다.

쿠팡플레이 첫 화면에는 영화 '라라랜드'를 비롯해 인기작품으로 국내 예능 '금쪽같은 내새끼', 영화 '신과 함께' 등이 올라와 있다. 쿠팡플레이 캡처


이를 위해선 고품질 콘텐츠로 쿠팡플레이가 제대로 된 유인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현재 쿠팡플레이에 올라온 콘텐츠는 국내 예능과 개봉한 지 꽤 지난 국내외 영화 정도다. 다른 OTT에서도 충분히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만든 자체제작 시리즈물을 독점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영상 사업 경험도, 제작인력도 없는 데다, 관련 부서도 유통과 마케팅 경험자 중심이다. 당분간 해외 제작물 수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추후 미국TV 시리즈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교육형 뉴스 콘텐츠 'CNN10' 등 다른 OTT에는 없는 콘텐츠들을 순서대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결국 콘텐츠 확보를 위해 요금 수준을 올리면서 수익 실현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따오려면 추가로 수천억원이 매년 나갈 텐데 지금 가격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와우 멤버십도 초반엔 무료였다가 유료 전환한 것처럼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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