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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왕' 정경심 재판부의 질타 "단 한번도 반성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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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는 평소 강단 있는 재판 진행으로 정평이 나있다. 증인이 우물쭈물하며 답변을 못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면 어김 없이 ‘위증죄 경고’를 날렸고, 검찰이나 변호인의 변론이 납득이 안 되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일도 많았다. 양측 공방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재판 진행에 필요없는 쟁점”이라며 단호하게 말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3일 열린 정경심 교수 선고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은 기본이고 정 교수의 비도덕적 행태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여러 차례 꾸짖었다.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 "공정 경쟁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야기했다"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한 사실이 없다" 등 표현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교육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야기했다.”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대해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경심 교수 사건을 보면서 20, 30대 청년들은 공정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청년들은 정 교수 딸이 부모 인맥을 이용해 인턴 기회를 얻고, 그것을 부풀려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라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정 교수 측은 재판 내내 “도덕적인 비난은 모르겠지만 법으로까지 심판 받아야 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작심한 듯 선고 당일 공정의 가치를 다시 꺼냈다. 재판부는 입시비리 유죄를 선고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야기했다"며 정 교수를 질타했다.
정 교수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 대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재판부는 “진실을 얘기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으며, 신빙성 있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방어한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재산 신고 제도, 백지신탁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 등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처신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그 죄책에 대해서도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은)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게 하거나 시장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괜찮다고 해서 정당한 방법으로 투자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됐음에도 백지신탁 의무를 저버리고 뒤에서 재산을 증식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차명 투자 혐의에 대해서도 “동생과 오랜 기간 단골이었던 헤어디자이너의 상황이 안타까워서 투자를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 교수 처신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고위공직자 가족에게 요구되는 높은 투명성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의미였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을 회피하려 했다"며 정 교수를 질타했다. 처신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그 죄책에 대해서도 무겁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특히 차명거래의 경우 “(남편이)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공직자 재산등록 또는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 등과 관련해 재산내역을 은폐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했다.
“피고인은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증거를 숨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실제로 수사와 재판이 방해됐다”
“비록 형사상 처벌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입시비리ㆍ코링크PE 관련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저지른 행위임은 분명하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처벌받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
조국 전 장관 청문회를 앞둔 지난해 8월 정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직원들에게 동생 정모씨가 관련된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김경록 PB에게 자택의 개인용 컴퓨터(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하고, 동양대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는 아예 통째로 외부에 숨기게 했다.
PC 은닉 혐의는 정 교수가 김경록 PB에게 지시한 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실행한 범행으로 인정돼 법리상으론 무죄로 인정됐다.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없애거나 감추는 것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형사상 처벌되지는 않더라도,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저지른 행위임은 분명하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수사와 재판을 방해했다"며 정 교수를 꾸짖었다. 특히 정 교수로 인해 김경록 PB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PB는 증거인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내년 2월 5일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본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
재판부는 그 동안 법정에서 보인 정 교수 측의 발언과 태도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선고공판 마지막에 "(정 교수는)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재판부의 질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심 선고 직후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의 공격에 대해서 스스로 방어하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피고인 형량의 불리한 사유로 언급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괘씸죄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도 말했다. 정 교수 측은 선고 당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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