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절반 발생’..."어르신들 낙상 조심하세요"

입력
2020.12.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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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

겨울철 내리는 하얀 눈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눈 소식이 들려오는 순간 어르신들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지게 되는데요. 매서워진 날씨 탓에 두꺼워진 옷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다 도로 곳곳에 낀 살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빙판길 낙상사고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65세이상 노인 1/3이 낙상 경험...겨울철 절반 발생

낙상이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넘어지며 뼈와 근육 등에 손상을 입는 사고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약 1/3이 매년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10%는 골절, 뇌 손상 등의 심각한 손상을 동반하고, 낙상을 경험했던 환자들의 약 절반에서는 반복적으로 낙상이 발생합니다.

국내 질병관리본부의 낙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겨울철 낙상 입원환자는 다른 계절보다 10.4% 포인트 높은 51.7%로, 전체 낙상 환자 중 무려 절반이 겨울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겨울철 낙상은 노인들에게서 매우 흔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낙상 경험 노인 신체활동 줄여...사망 위험 증가

노인에게 낙상은 직접적으로는 신체 손상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번 넘어진 노인들은 다시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활동량을 급격히 줄여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낮아지게 되고, 삶의 질을 낮추며, 결국 사망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낙상의 위험요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해 낙상 발생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낙상의 재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낙상에는 하지 근력 저하, 균형 감각 저하, 인지기능 저하, 시력 저하, 관절염, 일상생활능력 의존, 우울증, 다약제 복용, 부정맥과 같은 심장질환과 파킨슨병 등의 신경계질환이 동반돼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상의 위험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줄여 나간다면, 노인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낙상을 예방하고, 넘어지더라도 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1년간 낙상 경험 있다면 의학적 평가 받아봐야

첫째로,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낙상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전반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1)과거 1년간 두 번 이상의 낙상이 있는 경우 2)낙상으로 인해 응급실에 방문할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경우 3)과거 1년간 한 번 이상의 낙상이 있으면서 보행이나 균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낙상 고위험군으로 판단해 의학적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낙상이라는 현상 자체는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의학적 문제, 자연스러운 노화로 인한 기능저하, 그리고 미끄러운 바닥과 같은 외부요인이 작용해 발생합니다. 진단을 통해 낙상 시 의식이 소실되거나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됐는지 추가 평가와 질병 치료 및 약제 조정이 필요합니다.

낙상사고 안전수칙

낙상사고 안전수칙


뼈와 근육 건강 위해 실내에서도 운동 꾸준히 해야

두 번째로,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넘어졌을 때 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골다공증과 비타민D에 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같은 강도로 넘어지더라도 뼈가 튼튼한 경우에는 쉽게 골절되지 않기 때문에 골다공증이 있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뼈뿐만 아니라 균형이나 순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운동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어서서 걷기’ 검사가 있습니다. 의자에 앉은 상태로 시작해 의자에서 일어나 3m 앞을 걸어 돌아와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초 이상 소요된다면, 신체 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신체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이라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낙상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예방책입니다. 겨울철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도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나기, 한발로 서기 등의 운동을 반복함으로써 근력과 균형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일어서서 걷기 검사방법

일어서서 걷기 검사방법


손은 주머니에서 빼고 걷고, 미끄러운 길 피해야

세 번째로, 겨울철 외출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외출 시에는 몸이 둔해질 정도로 입지 말고, 손이 시리더라도 손은 주머니에서 빼고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넘어질 때 손으로 짚지 못해 고관절 골절 혹은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보다 손으로 짚으며 넘어져 손목 골절이 되는 것이 손상 정도가 훨씬 덜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늘진 곳에는 바닥에 빙판이 있을 확률이 높고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밝은 곳으로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경사진 도로나 보도블록 등이 튀어나온 불규칙한 도로는 피하고, 집안에서도 화장실이나 주방의 물기는 제때 제거해 미끄러질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순간의 방심이나 사고에 의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낙상의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 노력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만큼, 노인분들은 평소 위험 요인들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넘어지게 된다면 치료시기를 놓쳐 더 큰 고생을 하지 않도록 정확한 진단을 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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