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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할아버지 꼭 오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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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소식을 접한 딸이 묻습니다. 그럼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 못 오시겠네 라고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부모와 어린이들 사이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언제 오셔서 무슨 선물을 주고 가실지를 놓고 정겨운 신경전이 펼쳐진다. 특히 미리 선물을 준비해 놓은 부모들은 혹시나 아이들이 갑자기 소원을 바꿀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눈치를 살피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나타났다. 당장 크리스마스 직전에 들려 온 ‘5인 이상 집합 금지’ 소식을 듣고 많은 부모들은 당황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고민을 털어놓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네 식구 사는 집에 산타할아버지까지 하면 다섯 명이 되니까 못 오는 것 아니냐고 좌절하려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 지난해에는 어린이집에서 초청한 '청년 산타'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줬는데 올해는 이벤트가 취소돼 처음으로 직접 산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요령을 알려달라는 부탁.
상황이 어떻든 어린이들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충분히 즐겁게 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크리스마스뿐일까. 유치원 교사 A씨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고생한 아이들을 보면 짠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쉴새 없이 떠들고 서로 껴안고 뒹굴고 뛰어 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아이들이 모이려 해도 거리 두기 때문에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 그 좋아하는 점심 시간에도 서로 떨어져 앉아 벽을 바라보며 각자 조용히 먹는다. 소풍 같은 야외 활동이나 견학은 취소된 지 오래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건 처음엔 답답해 하고 짜증내던 아이들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다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한 엄마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의 수첩에 써 준 관찰 일지를 찍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선생님에 따르면 아이가 마스크 끈 한 쪽이 빠지니 “마스크 안 쓰면 코로나 걸려서 엄마 아빠 못 봐” 하면서 마스크 끈을 다시 귀에 걸었다고 한다. 이 엄마는 또 아이가 집에서 인형 놀이 할 때도 마스크 안 쓰면 밖에 못 나간다는 얘기를 인형에게 해 준다고도 했다.
어른들은 어떤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올라 갈수록 할 수 있는 것, 갈 수 있는 곳이 줄어 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괜찮아’, ‘우리끼리는 문제 없어’ 하면서 빈틈을 찾아 나선다.
노래방과 주점 영업을 못하게 하자 다른 건물이나 심지어 호텔에서 몰래 영업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되고 있다. 오후 9시 이후 식당이나 술집이 문을 닫으니 숙박 업소에 여럿이 모여 고성방가에 진상 짓을 한다는 목격담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마스크 좀 써달라는 운전 기사나 다른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도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일지를 찍어 올린 글쓴이는 “정말 짠해요. 우리 아이들. 얼른 마스크 벗게 해주고 싶어요. 어른들이 좀 더 힘내요”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몇몇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을 보자면 아이들이 떠올라 씁쓸하기만 하다.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산타할아버지가 못 오신다는 슬픈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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