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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주세요"… 방배동 주민센터, 스티커만 붙이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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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방배동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다 집 안에서 숨진 채 방치된 김모(60)씨가 장기간 연락 두절된 동안,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들이 김씨 모자의 소재·상태 파악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인력·제도적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 순간에 위기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취약가구에 대해 지자체가 적극적인 확인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서초구청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배3동 주민센터는 올해 7월 1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김씨의 집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주민센터가 김씨 집을 찾은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확인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거급여 대상자인 김씨의 주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LH 가구조사원이 5월 28일부터 김씨에게 수십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6월 16일 이 사실을 관할 관서인 방배3동 주민센터에 알렸다. 그러나 주민센터는 보름이 지난 7월 1일에야 처음 김씨 집을 찾았다.
지자체 확인 자체도 늦었지만, 뒤늦게 이뤄진 현장 방문 역시 형식적이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7월 1일 첫 방문 당시 김씨 집에 인기척이 없자 '연락을 바란다'는 스티커만 부착하고 돌아섰다. 닷새 후인 7월 6일 김씨 집을 찾았을 때도 같은 스티커를 문 앞에 붙이고 나왔다. 스티커만 붙이고 철수한 경위에 대해 주민센터 측은 "두 번째 갔을 때 먼저 붙인 스티커가 사라져 있어, 김씨가 내용을 확인하고 버린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민센터 측은 이웃에 김씨 가족 상황을 수소문 하거나 집 내부 상황을 적극적으로 살피는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민센터는 이 두 차례 방문 이후에는 더 이상 김씨 집을 찾지 않았고, 두 달 뒤인 9월에 계좌를 통해 추석명절비만 지급했다.
결국 김씨 시신은 아들 최모(36)씨가 노숙하다 만난 복지사에 의해 이달 초에서야 발견됐다. 경찰이 추정하는 김씨의 사망 시점(시신 발견 기준 5개월 정도 전)을 감안하면, LH 통보 이후 현장 방문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연락이 안 된 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여기에 더해 LH가 주거급여 조사를 완료했다고 기재한 것이 결과적으로 지자체의 추가 확인을 중단시키는 계기가 됐다. LH가 시행하는 주택조사에서는 보통 실거주 여부·생활요건 등을 확인한다. 이 조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주거급여를 계속 받을 수 없게 되는 탓에, LH 주택조사원은 수십번 시도에도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6월 24일 차선책으로 집주인과 통화를 한 후 주거조사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LH 측의 이 '호의'로 인해 결과적으로 지자체의 추가 확인 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당시 집을 찾았던 담당자는 김씨 가구가 주거급여를 계속 지급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더 이상 확인이 필요 없다고 보아 현장 방문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방배동 모자 사례처럼 복지 대상자가 집 안에서 사망할 수도 있는 극단적 상황까지 상정해, 좀 더 능동적인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스티커가 사라졌으니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말고, 추후에도 전화와 방문을 하는 등 세심하게 접근해야 했다"며 "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복지 전담 공무원을 확충하는 등 인력 문제 해결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현영 의원도 "적극적으로 모자가구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면 일찍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더 많은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지금이라도 연락두절된 기초수급자 가구를 전수조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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