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미련 못버린 트럼프... '러 스캔들' 연루 범죄자 무더기 사면

前 외교고문 등 유죄 판결 15명 전격 사면
NYT "사면 더 나올 것"... 사면권 남용 비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조지아주 밸도스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밸도스타=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은 측근 등을 무려 15명이나 사면했다. 미 정부기관 대규모 해킹 사태의 유력 배후인 러시아에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임기 막판 대통령 특권인 사면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사면 명단에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유죄 판결을 받은 조지 파파도풀로스(33) 전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이 포함됐다. 러시아 정부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파파도풀로스는 거짓 진술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감형 받아 2018년 14일이라는 짧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016년 트럼프 캠프의 폴 매너포트 선거대책본부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관련 업무를 수행한 변호사 알렉스 판 데어 즈완도 사면됐다. 즈완도 뮬러 특검의 거짓 진술 혐의를 받아들여 징역 30일형에 처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최측근 선거 참모인 로저 스톤을 차례로 사면했다. NYT는 “이번이 트럼프 퇴임 전 마지막 사면이 아닐 수 있다”며 “앞으로도 뮬러 특검 관련 사면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라고 내다봤다.

던컨 헌터, 크리스 콜린스, 스티브 스톡먼 전 의원, 전직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사면 명단에 올랐다. 헌터는 선거자금 오용 혐의로 다음달에 11개월간의 복역을 시작할 예정이었고, 트럼프의 초반 지지자인 콜린스는 지난해 증권사기 공모 혐의 등으로 징역 26개월을 선고 받아 수감 중이다. 2018년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에 처해진 스톡먼은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7년 사설경호업체 ‘블랙워터’ 직원으로 일하던 중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광장에서 비무장 이라크 민간인 1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명도 사면했다. 2015년 주범인 니컬러스 슬래턴은 종신형에, 나머지 공범 3명은 각각 30년형을 받았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