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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 국제사회 십자포화...정부 대응은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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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하 대북전단법)이 국제사회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 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라는 미국 하원 의원 몇 명의 비판에서 시작된 논란은 유엔을 거쳐 영국 의회 등 서방 세계로 번지는 기세다. 미 국무부도 이날 "북한으로 정보를 자유로이 유입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우리는 계속하고 있다"면서 대북전단법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정부·여당의 대응은 날카롭지도, 철저하지도 않다. 국제사회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의 엄중성을 묻고 있는데, "내정 간섭"이라는 무리한 논리로 맞선다. 당정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것은 국격에 상처를 내고 있다.
정부여당은 핵심 논리는 "표현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국민 생명보다 앞설 순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접경지역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타인의 권리나 국가안보 등을 위협할 땐 표현의 자유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게 국제사회 확립된 원칙"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6일 CNN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2014년 10월 경기 연천에서 고사포를 발사한 것을 당정은 반례로 든다. 다행히 당시 사상자는 없었다.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ICCPR)' 19조에 "타인의 권리 존중, 국가 안보, 공공질서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ICCPR이 규정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문가는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유엔 산하 인권 기관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조건으로 공공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요구한다"고 했다. 예컨대 대북전단법으로 처벌을 받은 한국인이 유엔 인권위원회에 개인 진정을 내면, 한국 정부는 그가 국민 생명을 위협했다는 실증적 증거를 내놔야 한다. 과연 이 실증적 증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국민 생명을 위협한 책임이 전단 살포자에게 있다는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살인자의 부모에게 '당신이 자식을 낳아서 사람이 죽었다'고 책임을 물을 수 없듯,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잘 따져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전단 보복 도발을 한다면, 접경지역 주민을 위험에 빠뜨린 1차 당사자는 북한이다. 전단 살포자에게 책임을 묻게 돼 있는 대북전단법의 법논리를 국제사회가 선뜻 수긍할지 미지수다.
내정 간섭은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간섭하거나 강압적으로 주권을 속박ㆍ침해하는 일'을 뜻한다. '보편 가치 수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한 민주당의 태도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진보진영 외교 원로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도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동력 역시 서방 등 외부의 관심과 개입이었다"며 "그런 우리가 타국의 인권 비판에 내정 간섭이라고 대응하는 것은 저열하지 않느냐"고 했다. "미국 인권이 무너지면 우리가 비판할 수 있듯, 국제사회 구성원들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등에서 근무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는 타국 상황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민주당의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입법권'을 절대 권한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권 전문가들은 미 의회 등이 대북전단법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등 제 3국을 거친 정보 유입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종이 전단은 북한 도달 가능성부터 작고, 설득력에도 한계가 있다. 철저하게 고립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실효적 방법은 북중 접경지대를 통해 보조기억 장치(USB) 등을 전달하는 것인데, 대북전단법엔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다.
통일부는 연일 "제 3국에서의 대북전단 등 살포 행위엔 해당 국가의 법규가 우선 적용될 것이므로, 국내 대북전단법이 적용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은 있지만 쓸 일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의 이같은 느슨한 유권 해석이 사법부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다. 통일부가 사법부를 설득할 수도 없다. 장영수 교수는 "통일부가 그렇게 해석을 했다고 해도, 결국 최종적인 해석은 사법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대북전단법에 분명히 제3국 행위자도 처벌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는데, 실제 적용은 안될 것이라는 정부 설명엔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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