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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관련 사건 수사 중인데…제보자 측 협회에 부인 취업시킨 경찰

입력
2020.12.2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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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청탁에 서울시 축구협회 채용 도운 제보자
해당 제보자, 현재 광수대 변호사법 위반 피의자
"취업 정보 제공 차원…제보 사건과 관련 없었다"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현직 경찰 간부가 범죄첩보 제공자와 관련 있는 단체에 자신의 아내를 취업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이 경찰 간부는 아내의 채용청탁을 들어준 피의자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하고, 해당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간부의 비위 의혹을 만들어 수사선상에 올리자고 모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내부 비리가 계속 불거지자, 경찰은 조직 정화 차원에서 수사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관련기사☞ "동생, 나 수사하는 광수대 반장 좀 엮어봐"…피의자-경찰관의 수상한 유착)

22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광역수사대는 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A 경위가 평소 친분이 있던 법무법인 사무장 B씨에게 부탁해 아내를 서울시축구협회에 채용하도록 한 정황을 포착했다. B씨는 현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광역수사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축구협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A 경위의 부인은 올해 1월 축구협회 경영지원팀에 입사했다. 해당 직군에는 2명이 지원했는데, 회계업무 이력과 보유 자격증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지원자 대신 A 경위 부인이 입사한 것을 두고 당시 협회 내부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A 경위 부인은 B씨와 축구협회 간부 등에 대해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하자, 올해 6월 갑자기 협회 일을 그만뒀다.

A 경위와 사무장 B씨는 10년지기로 지난해 10월쯤 B씨가 A 경위에게 고교 축구감독 비위 첩보를 제공하면서 부쩍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의 취업청탁은 같은 해 12월쯤 이뤄졌다. 청탁을 받은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시축구협회 간부에게 연락해 일자리를 연결해줬다. B씨는 특히 자신이 제공한 첩보로 A 경위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점을 이용해,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감독에게 접근해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를 알선하려고 했다. 광역수사대는 올해 6월부터 B씨 및 일자리를 마련해 준 축구협회 간부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해왔다.

A 경위의 부인이 서울시축구협회에 근무하며 받은 급여는 매달 250만원씩 1,250만원 상당이다. 법조계에서는 A 경위가 B씨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하고 아내 취업을 청탁한 게 맞다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뇌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A 경위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B씨에게 아내에 대한 취업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 것은 맞다"면서도 "B씨에게 제보 받은 수사를 하던 중 축구협회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아내에게 일을 그만두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A경위로부터 아내의 직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축구협회 외에도 몇 군데 자리를 알아봐줬던 것이고 수사 중인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유지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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