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없다

입력
2020.12.23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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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겨울이다. 겨울철에는 겨울 먹거리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군고구마, 호떡, 어묵과 떡볶이는 행인들의 발길을 돌릴 만큼 매력적이다. 이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초급 한국어 책에도 나열될 만큼 유명해졌다. 그 중에서도 단연 겨울 먹거리의 대표 선수는 붕어빵이다. 봄, 여름, 가을 동안 어디에 있었나 싶은데 기온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골목길에 나타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솜과 같이 생긴 솜사탕, 국화꽃 모양의 국화빵처럼 그저 모양을 따라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도 어두육미라며 머리부터 먹기도 하니 재미있는 일이다.

똑같은 틀에서 구워 나란히 세워 두는 붕어빵은 획일화의 대명사다. ‘붕어빵 진료’ ‘붕어빵 교육’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비난할 때가 그러하다. 그렇지만 ‘어느 집 아들은 아버지와 붕어빵’처럼 가족에게 쓰일 때 붕어빵은 너그러운 말이다. 서로 매우 닮았다는 말을 할 때, 다른 언어에서는 ‘똑같이 찍어내는 벽돌’이라든지 ‘콩깍지 속에 든 콩들’이라 하는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붕어빵이라 한다. 먹거리는 표현의 맛도 낼 줄 안다. 뻥 과자처럼 부풀린 이야기는 ‘뻥이다’, 물을 타지 않은 진한 국물처럼 참된 사람은 ‘진국이다’, 꿀처럼 달콤한 일은 ‘꿀이다’, 씹기 쉬운 대상은 ‘껌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 붕어빵은 잉어로 개량되어 팔리기도 하지만 어종이 무슨 상관이랴. 저기 겨울 골목길에 붕어빵 한 봉지를 품에 넣고 서둘러 가는 엄마, 아빠를 보라. 이제 곧 붕어빵처럼 꼭 닮은 아이가 문을 열며 반길 것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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