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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주택에서 혼자 밤을 보내야 하는 아이의 두려움에 깊이 공감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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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2020년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과 정서가 동화의 중심에 놓여야 할 것이다. 태평한 회상형의 서사는 어린이와 진지한 접점을 만들기 어렵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접근 방식, 접근 지점 등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운 작품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어린이의 독립적인 시선을 잘 관찰하고 당면 현실을 고심한 작품들을 발견할 때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몇몇 작품은 날카로운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아직 이야기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하여 아쉽게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익숙한 관례에 기댄 작품보다는 이러한 도전을 기다린다. 더욱 용기를 내도 좋을 것이다.
'찌릿찌릿'은 전기 인간의 정체를 다룬 글감과 구성이 흥미롭고 문체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인공이 벌이는 행동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가짜 초능력자 사냥꾼이 되는 것이 결말이라면 주인공은 지난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얻게 된 것일까. 찌릿이 학교를 떠나게 된 사건을 너무 낭만적으로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참 재미있었다'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없는 아이의 마음을 일기장이라는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일기를 소재로 한 동화가 많지만 이 동화는 인물의 질문이 정직하고 방식이 신선했다. 다만 서사의 흐름과 잘 연결되지 않는 에피소드와 결말로 인해 이야기의 초점이 흐려졌고 감동도 반감되었다. 좀 더 정리한다면 좋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보였다.
'현우의 동굴'은 도시의 주택에서 혼자 밤을 보내야 하는 아이의 두려움에 깊이 공감한 작품이다. 어린이의 공포를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나 인물이 놓여 있는 동굴같은 컴컴한 공간의 이미지와 막막한 느낌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 감정을 곰이 되다 만 사람과 사람이 되다 만 곰의 만남으로 연결시킨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옛이야기의 화소를 적절히 들여오면서도 어린이와 동물의 고립감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은 매우 현대적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이 최초의 문학일 수 있다. 그 작품이 자라는 한 사람에게 안겨줄 영향을 깊게 생각하는 작품들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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